28년만에 자리내준 빗속 수요시위…"빗방울이 눈에 맺힌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대학생들이 소녀상 옆자리를 지키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1992년부터 매주 수요일 옛 일본대사관 앞을 지켰던 수요시위(수요집회)가 28년 만에 자리를 내줬다. 청년단체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소녀상 앞에서 농성을 벌였고 정의기억연대는 "빗방울이 눈망울에 맺힌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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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이사장 "빗방울이 눈망울 맺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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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44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보수단체의 자리 선점으로 28년만에 자리를 옮겨 진행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4일 1445차 수요시위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평소와 달리 옛 일본대사관에서 약 10m 떨어진 연합뉴스 본사 앞에서 열렸다.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집회 신고를 먼저 내고 이 자리를 선점하면서 결국 장소를 옮긴 것이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경과보고 첫 구절에서 "빗방울이 눈망울에 맺힙니다, 눈물이 빗물이 되어 흐릅니다"라는 표현으로 그동안의 수요시위를 기억했다.

이 이사장은 "인내와 파동의 역사를 묵묵히 견뎌왔던 평화로는 이제 평화의 소녀상을 가운데 두고 다가갈 수 없는 슬픔의 협곡을 지켜보고 있다"며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뿌리째 흔드는 반역사적, 반인권적 행태가 무자비하게 슬픈 오늘 그래도 저희는 변함없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이날 오전부터 행사 장소 인근에 많은 비가 내렸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100명이 넘는 많은 시민이 수요시위에 참석했다. 이 이사장은 "여러분들이 함께하는 한 이 자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수요시위를 주관한 평화비 경기연대는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와 악의적 보도로 위안부 운동이 폄훼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순수한 동기와 자발적 참여로 시작된 시민운동이라도 의도하지 않은 실수와 오류가 존재할 수 있고 이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문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30년 운동의 역사가 부정당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천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등 7개 단체에서도 연대 발언으로 정의연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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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앞 내줄 수 없어" 밤샘 농성한 청년단체

제144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보수단체의 자리 선점으로 28년만에 자리를 옮겨 열린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옆 10m 떨어진 곳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수요시위가 자리를 비운 평화의 소녀상 앞은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채웠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투쟁해온 장소를 보수단체에 내줄 수 없다"며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고 전날 밤부터 밤샘 농성을 벌였다.

경찰이 미신고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에 걸쳐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응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확성기를 통해 "불법 집회를 계속하고 있어 채증하고 있다"며 "집시법상 집회방해죄에 해당해 사법처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수요시위가 마무리된 이후인 오후 1시30분까지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청년단체 소속 70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약 2시간30분간 소녀상 근처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소녀상 앞에서 약 2m씩 거리를 두고 '문재인 정부는 한일합의 완전 파기하라' '수요시위 모욕, 방해 중단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곽호남 6·15 남측위 청년학생본부 대학생분과 대표는 "자칭 보수라고 하는 세력이 수요시위와 위안부 운동을 공격하고 있다"며 "이들의 목표는 날조된 사실로 온갖 도덕성 논란을 불러일으켜서 위안부 운동을 고립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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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에 장소 옮긴 수요시위, 충돌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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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44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보수단체의 자리 선점으로 28년만에 자리를 옮겨 진행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수요시위가 옛 일본대사관이 아닌 장소에서 열린 것은 1992년 1월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수요시위를 시작한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이날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소녀상 앞 집회 신고를 낸 상태여서 당분간 소녀상 앞에서 수요시위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자유연대 등은 옛 일본대사관 근처에서 정의연 해체와 소녀상 철거 등을 주장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날 소녀상 인근 지역을 비우고 경력 400여명을 투입해 양측 집회를 통제했다. 이날 다행히 두 집회 간 별다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앞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현장 참가를 원하는 분들은 다른 집회와 충돌,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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