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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일곱 차례 "숨막힌다" 외쳤지만... 프랑스판 플로이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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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월 경찰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40대 배달기사 세드릭 슈비아의 부인 도리아 슈비아(가운데)가 23일 프랑스 파리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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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40대 배달기사가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로 숨진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 세계적 인종차별 반대시위를 촉발한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을 연상시킨다는 평가와 함께 프랑스 내에서도 경찰 개혁 요구가 거세지는 분위기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몽드,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배달기사 세드릭 슈비아(42)는 지난 1월 3일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던 도중 교통단속에 걸렸다. 지저분한 번호판을 달고, 주행 중 휴대폰을 봤다는 이유에서였다. 슈비아가 항의하자 현장에 있던 경찰관 4명은 그의 팔을 뒤로 비틀고 강제로 엎드리게 한 뒤 목을 눌러 제압했다.

르몽드가 입수해 보도한 체포 당시 영상에서 슈비아는 22초간 7차례 "숨이 막힌다(J'étouffe)"고 외쳤지만 경찰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심장마비가 온 슈비아는 혼수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이틀 뒤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후두부 골절과 외력에 의한 질식으로 확인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프랑스 경찰은 지난 17일에야 슈비아를 제압했던 네 명의 경찰관을 입건해 감찰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리인을 통해 단속은 정당했고 "현장에서 '숨이 막힌다'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슈비아가 폭력적인 언행을 하며 거칠게 저항했기 때문에 체포 과정 역시 정당방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르몽드는 전문가를 인용, "약 12분에 이르는 대치 과정에서 슈비아가 경찰을 향해 '바보'라고 한 것 외에 어떠한 폭력적 언행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유족은 기자회견을 통해 가해 경찰관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경찰의 과도한 신체 제압방식의 폐지를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슈비아의 딸은 "우리는 그 경찰관들이 왜 정직되지 않았는지, 또 목을 눌러 제압하는 방식이 왜 아직까지 금지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프랑스 내무부는 용의자의 목을 눌러 제압하는 체포기법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경찰노조 반발로 유예됐다.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가 많은 프랑스에서도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사용은 오랜 문제다. 플로이드 사망사건 이후 4년 전 파리 근교에서 흑인 청년 아다마 트라오레가 경찰에 연행된 뒤 갑자기 숨진 사건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체포에 나선 경찰관 3명이 트라오레를 바닥에 눕힌 뒤 체중을 실어 제압했다는 진술이 있었지만, 그의 죽음에 경찰 책임이 없다는 최종 검시 결론이 최근 나오면서 인종차별 규탄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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