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라임 연루’ 피해 본 상장사들···고소·고발 ‘내부전쟁’ 번진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사진 연합뉴스TV]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라임 사태’와 관련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라임자산운용으로 인해 직·간접 피해를 본 상장사들의 ‘내부 전쟁’도 시작됐다. 주로 라임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후 경영진이 교체되거나 경영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된 회사들이다. 상장사의 주주나 노동조합 등에서는 “부정하게 라임 투자를 받기 위해 회사를 이용하고 손해까지 끼쳤다”며 경영진을 고소·고발하고 있다. 반면, 고소·고발된 전·현직 경영진들은 “계약에 따른 정당한 투자와 절차였는데 예상만큼 이윤이 나지 않았다고 무고하는 것”이라며 ‘맞고소’로 대응하고 있다.



"라임 투자받으려 이용" vs "이윤 안 나니 시비"



최근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이모씨 등은 증권정보제공업체 팍스넷 전 경영진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라임 자금을 투자받아 다른 상장사를 인수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 팍스넷 전 경영진이 불법으로 이씨의 통장 등을 사용해 수백억원대의 ‘차명 주식 거래’를 했다는 내용이다.

이씨 측은 “‘아이 학비 통장으로 쓰겠다’고 해서 잠시 빌려줬을 뿐인데 수십억원의 세금을 토해내게 생겼다”며 “전 경영진은 인제 와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팍스넷 전 경영진들이 라임 투자를 받은 뒤 그 돈을 이용해 다른 무자본 인수합병(M&A)에도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팍스넷 전 경영진 측은 “이씨가 정당하게 투자를 해 놓고 예상했던 이윤이 나지 않으니 인제 와서 ‘부당 거래’라며 고소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팍스넷 전 경영진을 고발한 이씨 등은 ‘주식 미공개 정보 이용 금지’ 위반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씨 등은 보유하고 있던 팍스넷 주식에 악재인 정보를 현 경영진을 통해 미리 듣고 내다 팔아 수십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는다.



"라임 연루 의혹" vs "근거 없는 억측"



중앙일보

22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열린 라임사태 관련 '좋은사람들' 최대 주주 출자금 투명공개 및 수사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좋은사람들' 인수 자금 출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속옷 제조업체인 ‘좋은사람들’ 노조는 최근 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모 대표의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2018년 취임한 이 대표가 라임 자금이 들어간 코스닥 상장사들의 돈을 동원해 회사를 인수해 제대로 된 경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다. 노조에 따르면 이 대표 취임 후 회사는 100억원대 적자를 봤으며, 사내유보금도 200억원이 넘게 증발했다. 또 노조는 이 대표가 속옷과 관련 없는 업체에 수십억원을 투자하거나 허위 실적 발표로 주가를 부양하는 등 이른바 ‘기업사냥꾼’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임 투자로 대표가 된 후 횡령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에서 주장하는 라임 연루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이런 의혹들은 지난해 하반기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자료와 공시를 통해 이미 다 소명됐다”며 “노조 때문에 회사의 명예가 실추됐으며, 허위사실 유포와 업무방해로 판단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2, 제3의 라임 사태 곳곳 등장 기미"



라임 자금을 이용한 무자본 M&A로 회사가 사라지거나, 라임을 등에 업은 ‘기업사냥꾼’들이 경영권을 장악한 뒤 회삿돈을 횡령해 상장폐지까지 가게 한 경우 등 라임 투자를 받은 다수의 상장사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고소·고발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라임을 이용해 기업사냥꾼들이 어디까지, 얼마나 횡령했는지는 업계에서도 제대로 가늠이 안 되는 정도인데 지금도 제2의, 제3의 라임 사태가 곳곳에서 등장할 기미를 보인다”며 “정·관계 로비 수사도 중요하지만, 펀드를 이용한 대규모 금융 사기 범죄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금감원 등 관계 기관이 제대로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