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한 축 '오성운동'서 퇴출된 상원의원이 주도…반EU 정서 반영
이탈리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에서 제명된 잔루이지 파라고네 상원의원. [ANSA 통신] |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내달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이탈렉시트'(Italexit)를 강령으로 내건 새 정당이 탄생할 전망이다.
잔루이지 파라고네(48) 상원의원은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달 중순 '이탈렉시트'를 목표로 한 새 당을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TV 정치 토크쇼 진행자 출신인 파라고네는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반체제정당 오성운동 소속이었으나 지난 1월 초 2020년도 예산법안 표결에서 당론에 따르지 않고 반대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당에서 제명됐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EU 회원국 정부는 매년 예산법안을 수립한 뒤 EU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파라고네의 반대 배경에는 EU의 경제 통제에 대한 불만이 깔려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EU와 유로화가 이탈리아 경제는 물론 가족, 노동자, 중소기업을 해쳤다"면서 이제는 우리 미래를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선거에서 정치적 선택을 표현하지만 (투표로 선택받은) 정부는 EU가 명령하는 정책에 굴복해야 한다"며 경제 주권의 완전한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유로가 "독일 맞춤형 통화"라는 말도 했다. 유로 체제로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만 득을 봤다는 취지다.
이탈리아에서 이탈렉시트를 강령으로 공식화한 정당 탄생은 처음이다.
최대 야당인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가 종종 EU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당이 추구해야 할 강령으로 설정하진 않았다.
파라고네의 이러한 '정치적 실험'은 이탈리아 내에서 점점 고조되는 반EU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EU로부터 외면받았다는 실망과 배신감이 저변에 깊이 자리잡아 그 어느 때보다 EU에 대한 불신이 크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인 지난 4월에는 이탈리아인 10명 가운데 7명이 EU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파라고네 신당'이 '탈EU' 메시지만으로는 의미 있는 지지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로렌초 프렐리아스코는 애초 EU에 무관심했던 영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이탈리아인들이 과거에 비해 EU를 덜 신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EU 탈퇴로 얻는 이득보다 리스크 더 크다고 본다"고 짚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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