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2년 만에 DMZ 곳곳서 설치
삐라 이어 대남심리전 준비 분석
정경두, 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군사합의 파기 아니다” 발언 논란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확성기 방송과 전단(삐라) 살포를 중지하기로 합의한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남북한이 함께 철거한 지 2년 만이다.
22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비무장지대(DMZ) 여러 곳에서 동시에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조립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군 당국은 북한이 대남 심리전을 벌이기 위해 삐라 살포와 함께 확성기 방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관영 매체인 노동신문은 이날 “1200만 장의 각종 삐라를 인쇄했고, 3000여 개의 풍선을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남북한은 2018년 4월 23일 MDL 일대에서 심리전 방송을 멈춘 뒤 5월 1일부터 확성기를 빼냈다. 한국은 최전방 지역에서 40여 대의 고정식 확성기와 10여 대의 이동식 확성기를 통해 뉴스와 날씨, 가요, 북한 소식 등을 방송했다. 직선거리 기준으로 MDL 이북 최대 20㎞까지도 대북방송이 들린다고 한다. 북한도 이에 맞서 비슷한 숫자의 대남 확성기를 운용했다.
확성기 방송은 북한 쪽이 불리한 카드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는 성능이 안 좋고 출력이 약해 한국 쪽에선 거의 들리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대남용이라기보다는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교란 목적으로 보인다. 반면에 우리 쪽에선 북한 관영 매체가 보도하지 않는 뉴스를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전달해 효과가 컸다.
이 때문에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전 선포’로 여기고, 남북 당국 간 접촉이나 회담 때마다 중단을 거듭 요구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의 ‘물리적 핵폭탄’에 대응하는 한국의 ‘심리전 핵폭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북 확성기 도발, 남측이 맞대응 못할 거라 계산한 듯
북한이 4·27 판문점선언 합의에 따라 2018년 5월 철거했던 최전방 지역의 대남 확성기 재설치 작업에 착수했으며, 이미 10여 곳은 재설치가 완료 됐다고 22일 군 관계자가 밝혔다. 이날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측 군 초소에 대남 확성기(원 안)가 설치돼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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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과 대남 삐라를 함께 들고나온 것은 이 둘이 4·27 판문점선언의 상징적 조치이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이 꺼리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삐라로 맞서진 않을 것이라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대해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이날 전체회의는 야당 의원들이 빠진 채 여당 의원들로만 열렸다.
정경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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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장관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한국의 재산을 폭파한 행위와 같으냐”는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며 “그런 행위가 군사행동”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우리 영토나 영해에서 이뤄지는 (재산 침탈) 사안과는 개념상 다소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19 군사합의는 직접적으로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한 사안”이라면서 “남북연락사무소와 관련한 사안은 아니다”고 했다. 정 장관은 연락사무소 폭파가 판문점선언을 위반한 것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정 장관은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다양한 상황을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보안 때문에 구체적인 건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예고한 대남 전단 살포 대책에 대해서도 “삐라 살포 수단·방법에 따라 우리의 대응 수단·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항을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정 장관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을 놓고선 “당장 그런 징후는 없다”면서도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에서 제기한 SLBM 발사 잠수함 건조 움직임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움직임이 있다는 건 확인 중에 있다”고 답변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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