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마두로와의 만남을 생각해 볼 것이며 마두로도 (나를)만나려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절대 그 만남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미국을 위시해 유럽 등 전세계 50여국이 '임시 대통령'이라며 공개 지지를 표명해온 베네수엘라 야권 대표 후안 과이도 국회(AN)의장에 대해서는 "나는 그가 정통성을 지닌 베네수엘라 지도자라고 본 내 결정을 재검토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은 앞서 19일 악시오스와 대통령 간 백악관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볼턴 전 보좌관의 조언에 따라 마두로 대통령 대신 과이도 의장을 적법한 대통령으로 인정한 데 대해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히 그(볼턴)의 말만 듣고 내린 결정이 아니다"면서 "그렇든 그렇지 않든 당시 베네수엘라에 대해 나는 단호했다"고 답했다. 다만 현재의 과이도 의장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해 수십 개의 나라들이 과이도 의장을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과연 베네수엘라 통제권을 장악했다고 할 수 있는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정부의 베네수엘라 제재에 앞장서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8년 11월 1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데이드 칼리지 연설 자리에서 베네수엘라의 금 수출 등을 제재한다는 내용의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 쿠바는 '폭정 3인방'(troika of tyranny)이며 이들은 머지않아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부르짖은 바 있다. 이어 지난 해 1월 28일 베네수엘라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는 백악관 브리핑 자리에 "5000 병력을 콜롬비아로"라고 적힌 노트를 보이게 들고 나와 베네수엘라 정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물러난 후 이른바 '공산주의 폭정의 3인방' 국가들에 대한 미국 측 공세 강도가 다소 수그러들었다는 분석이 현지에서 나온 바 있지만 미국은 그간 쭉 마두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과이도 의장을 대통령으로 대접해왔다. 올해 들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2월 5일 연방 하원에서 국정 연설을 하던 당시 과이도 의장을 '깜짝 초대'했고 이어 백악관에서도 만나면서 '정상 간 만남'을 통해 과이도 의장이 마두로 정권에 맞서는 임시 대통령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어 지난 3월 26일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은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테러(narco-terrorism)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히면서 '마두로 전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8일 재무부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지원한 멕시코 기업 '리브레 아보르도'를 제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로 다음 날인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두 대통령 정국'에 대한 그간 입장을 바꾸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비핵화 협상이 실패했다는 국내외 비판이 대다수를 이루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오는 11월 3일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흥행에 실패한 북한 비핵화 협상을 만회할 다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위해 백악관과 국무부를 통해 접촉해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마두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는 그 만남에 절대로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일단은 거절했다"고 보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대신 베네수엘라에 유화적인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지만 당장은 쉽지 않다. 베네수엘라는 '2012년 이후 국제 유가 급락·포퓰리즘에 따른 재정난' 속 미국의 제재 여파로 지난 2017년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졌고 이후 대부분의 채무를 '미국의 라이벌'인 중국에게 지고있다. 또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사 PDVSA를 제재하면서 전세계 석유 매장1위 국가인 베네수엘라에서 휘발유 부족 사태가 벌어진 결과 베네수엘라는 현재 이란으로부터 휘발유를 수입하고 있다. 이란도 베네수엘라, 북한과 더불어 미국의 집중 제재를 받는 대표적인 나라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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