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서 밝혀 / “북·미 외교는 한국의 창조물” / “종전 선언도 한국 아이디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이 아니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이라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세계일보가 20일(현시시간) 입수한 볼턴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 따르면 정 실장이 2018년 3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 아이디어를 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성사됐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2018년 3월에 집무실에서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회담 요청 초청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순간적인 충동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역설적으로 정 실장이 나중에 김 위원장에게 먼저 그런 초대를 하라고 제안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2018년 3월에 평양을 방문한 뒤 워싱턴을 방문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자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는 정 실장이 그런 제안을 했던 것이라는 게 볼턴의 주장이다. 볼턴은 “이 모든 외교적 판당고(스페인의 춤)는 한국의 창조물이었고, 김정은이나 우리 쪽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보다 관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종전 선언도 북한의 아이디어인 줄 알았으나 그것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 아젠다에서 나온 것이었다고 밝혔다. 볼턴은 “북한이 종전 선언을 문 대통령이 바라는 것인데 미국이 왜 그것을 추진하느냐”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정 실장에게 다가오는 4·27 남북 정상회담 때 비핵화 논의를 피할 것을 촉구했다”면서 “이는 평양이 서울과 일본, 미국 사이의 틈을 벌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행기로 평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김 위원장이 웃으면서 그럴 수 없다고 답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그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볼턴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당시에 2016년 이후 모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를 해제하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는 방안을 거듭 제안했다고 볼턴이 소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뭔가 더 내놓을 것이 없는지 계속 물으면서 대북 제재의 완전 해제보다는 단 1%의 완화라도 요구하는 게 어떻겠냐는 식으로 예를 들었다고 볼턴이 회고록에서 밝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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