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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어르신 체취는 햇빛·샤워로 싹~머리 악취는원인 파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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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도 많이 먹으면 구린내

무리한 절식 땐 시큼한 냄새

활동량 떨어져도 악취 유발

중앙일보

여름은 냄새와의 전쟁이 시작되는 때다. 특히 나도 모르게 뿜어져 나오는 몸 냄새는 남녀노소 모두의 고민거리다. 체취의 원인은 다양하다. 땀뿐만이 아니라 먹는 음식이나 다이어트·운동 여부 등 생활습관에 따라 풍기는 냄새가 달라진다. 전에 없었던 악취가 숨은 질환을 알리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몸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와 관리 방법을 알아봤다.

여름철에는 체온 조절을 위해 땀 분비량이 증가하면서 체취가 강해진다. 땀은 아포크린·에크린 등 땀샘에서 분비되는데 땀 냄새는 겨드랑이·생식기 등 아포크린샘이 분포된 곳에서 유독 심하다. 아포크린샘의 땀에는 단백질·지방이 풍부해 피부 표면의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불쾌한 냄새가 나기 쉽다. 그런데 땀이 많이 나지 않는데도 몸 곳곳에 생각지 못한 냄새가 올라와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서울시보라매병원 피부과 조소연 교수는 “생활 방식이나 앓고 있는 질환에 따라 몸 냄새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 방식·질환 따라 몸 냄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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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체취를 좌우하는 요소는 첫째, 음식이다.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에 따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달라진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는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 만들어지는 암모니아·황 등 대사 물질이 혈액을 타고 호흡·땀으로 배출되면서 체취를 만든다”며 “미량이지만 평소 체취와 달라 주변에서 쉽게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술 냄새를 생각하면 쉽다. 알코올 자체는 무색무취(無色無臭)지만, 체내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 특유의 톡 쏘는 냄새로 주변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냄새 물질은 대부분 몸의 ‘화학 공장’인 간과 위장을 거쳐 분해돼 사라진다. 문제는 소화기관이 처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양을 섭취하는 경우다. 조 교수는 “재료 자체에 냄새가 나는 육류·어류·달걀만이 아니라 배추·브로콜리 같은 채소도 많이 먹으면 대사 과정에 생성된 유황 등 냄새 물질이 구린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과도한 다이어트다. 살을 빼려고 식사량을 무리하게 줄이면 몸은 이를 위기 상황으로 인지해 대사 활동을 조절한다. 특히 뇌에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해 간에서 ‘케톤’이라는 물질을 많이 만들어내는데, 이로 인해 전에 없던 시큼한 몸 냄새가 날 수 있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남가은 교수는 “최근 인기인 저탄수화물·고단백 식단에서도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체내 지방이 분해되는 과정에 케톤 생성량이 증가한다”며 “음식을 섭취할 때는 총 섭취량을 줄이면서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비율을 6:2:2 정도로 맞추는 게 몸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라고 권했다.

셋째, 운동량이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공기를 떠도는 냄새 물질이 달라붙기 쉽다. 그뿐만이 아니라 대사 활동이 떨어지고 몸에 노폐물이 쌓여 ‘땀 없는 악취’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나이 들어 생기는 ‘가령취(加齡臭, 일명 노인성 냄새)’도 신체 대사와 관련이 깊다. 순천향대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이희정 교수는 “나이가 들면 조직 재생 속도가 더디고 대사 활동이 줄어 피부에 지방산이 축적되기 쉽다”며 “이것이 산패돼 ‘노네랄’이란 물질이 만들어지면서 몸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고 설명했다.

노인성 냄새를 없애는 데는 실내보다 야외 운동이 추천된다. 햇볕의 살균 효과를 누리는 동시에 바람을 쐬며 묵은 냄새를 날려버릴 수 있어서다. 병을 앓거나 체력이 약해 운동하기 힘들면 실내를 자주 환기하고 침구도 주기적으로 세탁하는 게 좋다. 이 교수는 “땀에 지방산이 묻어나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자주 옷을 갈아입고 목욕도 이틀에 한 번 이상 하는 게 좋다”며 “노네랄이 지방 성분인 만큼 물로만 씻지 말고 비누·보디클렌저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질염은 냄새에 따라 치료법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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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신체 부위에서 심한 냄새가 난다면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입 냄새가 대표적이다. 가장 큰 원인은 입속 세균이다. 충치·잇몸병을 조기 치료하고 스케일링을 통해 ‘세균 덩어리’인 플라크를 제거하면 어렵지 않게 구취에서 탈출할 수 있다. 고령층은 구강 건조증이 입 냄새의 원인이 되는 만큼 하루 6컵 이상 물을 충분히 섭취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치과 치료를 해도 입 냄새가 사라지지 않거나 전에 맡지 못했던 독특한 향이 난다면 겉보다 속 건강을 챙겨야 한다. 우선 역류성 식도염이다.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식도 괄약근이 풀리면 음식이 상했을 때와 비슷한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 술·담배, 야식을 즐기고 비만인 경우 근육이 약해져 역류성 식도염이 나타나기 쉽다. 평소 간 질환을 앓거나, 신장 기능이 약한 환자는 체내 암모니아가 쌓여 호흡할 때 휘발유와 비슷한 독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장 교수는 “변의 색이 까맣게 되면서 입·몸에서 꼬질꼬질한 냄새가 난다면 위장관 출혈에 대비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수리에서 나는 악취도 질환 때문일 수 있다. 두피 냄새는 피지가 왕성히 분비되는 사춘기에 심하게 나타난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성호르몬이 감소해 냄새 역시 사라진다. 반면에 지루피부염으로 인한 두피 냄새는 중년 이후 발생률이 높고 시간이 지나도 잘 사라지지 않는다. 조 교수는 “머리가 가렵거나 비듬이 있으면서 냄새가 나면 지루피부염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염증을 억제하는 환자용 샴푸를 쓰고 모공을 틀어막는 린스·컨디셔너는 사용하지 않아야 증상을 빠르게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여성의 감기’라 불리는 질염에서는 냄새가 맞춤형 치료의 열쇠가 된다. 이 교수는 “곰팡이균보다 세균 감염으로 인한 질염에서 악취가 더욱 심하게 난다”며 “통증·가려움 등의 증상에 심한 냄새가 동반되면 약국보다 먼저 병원을 찾아 항생제를 처방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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