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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부품조달·AS 다되는 용산상가…`한국형 다이슨` 기지로 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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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운스백 코리아 <2부> ⑦ ◆

매일경제

용산 전자상가는 서울 중심이라는 위치와 전자제품 유통 특구라는 특수성으로 도심형 소형가전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데 최적의 입지로 꼽힌다. 21일 용산 전자상가 골목에 인적이 드물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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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국내 전자업체들은 일시적으로 제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가 중국 내에서 창궐하면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중국 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하도급 업체들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다. 최근에는 중국 전자회사들이 우리 기업의 주문을 받아 위탁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을 통해 상품을 공급하기도 한다. 상표만 한국 것을 붙여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패스트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은 TV·휴대폰·냉장고 등 대기업 중심 전자제품 외의 소형 전자제품을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는 샤오미 공기청정기, '차이슨' 청소기 같은 중국산 전자제품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발뮤다, 다이슨 같은 외국의 소형가전 전문 회사들이 국내에서 유행하는데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이 같은 혁신 제품과 기업들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소형 전자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역량이 점차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아이디어를 빨리 시제품화해 초도 생산하고 시장의 반응이 좋으면 대량생산까지 확대하는 국내 전자제품 제조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제조에 의존하다보니 국내 전자 제조 역량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OEM 제조를 하는 비용도 올라가고, 최소 생산에 필요한 수량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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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가 어려워지는 것은 제조 관련 스타트업에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스마트화분을 만드는 스타트업 블룸엔진의 박슬기 대표는 "요즘 전자제품은 스마트폰으로 제어가 가능한 IoT(사물인터넷) 제품이 대부분인데 관련된 회사들을 찾아서 연결하는 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면서 "다시 창업을 한다면 하드웨어 창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뢰할 수 있는 제조업체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용 수면 캡슐을 개발 중인 이선의 이이코퍼레이션 대표는 "정부 지원을 받는 창업자는 호구라고 생각하는 제조업체들이 있다"면서 "판매할 수 없는 수준의 제품을 납품하고는 수량이 적으니 돈이 안 돼서 이렇게 됐다고 변명한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과 연결시킬 수 있는 혁신 제품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제 시제품을 만들고 제품화로 연결시켜줄 기본적인 제조 기반이 없는 상황이다.

매일경제가 서울시 용산전자상가 같은 곳에 도심공장을 구축하자고 제안하는 이유다. 용산은 부품 조달부터 시제품 제작, 양산까지가 모두 가능한 곳이라 제조창업을 위한 허들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제품의 판매와 애프터서비스(AS)까지도 가능하다.

용산에서 패스트ICT제조지원센터를 운영 중인 홍석기 센터장은 시제품 제작을 넘어 일 500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라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100평 정도 공간이면 충분히 시작 가능하다고 한다. 여기서 전자제품 제조에 필요한 SMT장비(전자기판에 반도체를 붙이는 표면실장장비) 등을 구축해 스타트업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만약 초기 생산 제품이 반응이 좋으면 국내나 중국에서 대량생산할 수 있다. 홍 센터장은 "실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소량으로 생산해 바로 소비자 반응을 얻어 반영하는 게 용산에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서울 한가운데 전자제품 제조공장을 만든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사람을 모으고 혁신을 만들기는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용산 패스트 ICT 도심제조업과 가장 유사한 사례는 동대문 패션산업이다. 동대문에는 원단 유통, 봉제공장, 의류 도매·소매상가가 밀집해 있어 혁신 아이디어가 모여들고 집적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이뤄진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디자이너와 제조를 담당하는 숙련공의 분업이 이뤄져 있어 젊은 아이디어가 제조 인프라로 뒷받침되고 있다. 도심에서도 제조업이 가능한 대표적 사례다.

용산전자상가는 국내 대표 전자부품 유통센터로 서울 도심이라는 최적의 입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자부품 유통이 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유동인구가 감소하는 등 과거의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이곳에 도심제조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기존 전자상가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형태로 도시 재생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전자 제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달 초 와디즈를 통해 넥밴드 선풍기를 내놓아 2주 만에 1억2000만원 펀딩에 성공한 박태우 전속력 대표는 "중국을 통해 제조하면 어떤 부품의 경우 7분의 1 가격으로 조달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제조하기로 결정한 것은 중국에 생산을 맡기면 금방 카피한 제품이 우리나라에서 팔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윤희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회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삼성과 LG 이후 도전적 뉴커머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중국에서 샤오미·화웨이 등 혁신 기업이 탄생한 것과 비교된다"면서 전자 제조 분야의 혁신 스타트업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 이진우 산업부장 / 송성훈 부장 / 박준형 기자 / 이덕주 기자 / 오찬종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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