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모든 대북 외교 판당고는 한국 창작품"
"트럼프, 김정은에게 낚여…브루클린 다리 산 것"
"북미회담은 재선 홍보용…사익이 국익에 우선"
트럼프 “볼턴이 리비아모델 제시해 북미관계 후퇴” 반박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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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북미 비핵화 외교가 한국 정부의 창작품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북 전략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표한 것이다. 또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첫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택한 홍보 전략이었다며, 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낚인 것(hooked)’이라고 묘사했다.
CNN방송은 18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대북 정책 접근 방식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던 일화 등을 광범위하게 서술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대북 비핵화 외교와 관련해 “외교적 판당고(fandango·스페인의 춤) 전체가 한국의 창작품이었다”며 “김정은이나 우리(미국)에 관한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어젠다와 더 많은 관련이 있었다”고 적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낚였다”며 자신은 싱가포르 회담 개최가 결렬되기를 강력히 바랬다고 했다. 외국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을 강력하게 원한다는 것을 알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물론 김 위원장까지 이를 악용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을 결정하게 된 것은 국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했기 때문이었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고 싶어하는 열정에 가슴이 아팠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첫 정상회담을 단순한 홍보행사로 생각했으며 비핵화 협상에 관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원했던 것을 가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원한 것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난해 판문점에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에 대해서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진찍기와 그에 대한 언론의 반응에 상당한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런 회동이 미국의 협상 위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는 관심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브루클린 다리를 판매한 것에 빗대기도 했다. 조지 파커라는 유명한 사기꾼이 과거 브루클린 다리를 허위로 팔아 돈을 번 사기 행각과 같다는 것이다.
폭스뉴스는 지난해 5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볼턴 전 보좌관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곤란해 했다고 전하며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에 적은 내용들을 소개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김 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포함시킨 트럼프 대통령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으면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할 수 있었다”며 “ICBM을 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브루클린 다리를 팔았지만 트럼프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성과를 이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믿음을 결코 흔들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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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전 보좌관의 폭로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이 북한에 ‘선 핵폐기’를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을 때 북미 관계는 끝난 것이었다며 “멍청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볼턴이 (미국의) 국익을 해쳤다. (이전까지) 그(김정은)와 나는 꽤 사이가 좋았었지만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해) 김정은이 분통을 터뜨렸는데, 그럴만도 했다”고 적었다. 또 “김정은은 볼턴을 근처에 두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볼턴의 멍청한 주장이 북미 관계를 크게 후퇴시켰고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그때) 나는 (볼턴에게) ‘도대체 뭔 생각이었냐’고 물어봤다. 그는 답을 못한 채 그저 사과했다. 그때 잘랐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는 볼턴 전 보좌관의 말을 따랐다면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전쟁을 좋아하는 미치광이”라는 직접적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00년대 초반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국무부 차관과 유엔주재 대사를 지냈으며, 2018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외교 정책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다 지난해 9월 전격 경질됐다. 그는 북 핵시설 선제 타격을 주장해온 대북 강경론자로, 북미 간 회동이 있을 때 북한 인사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할 정도로 북한에선 유명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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