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사진=강민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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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증언이 날조됐다는 의혹과 관련한 사건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 사상 초유의 배당 파열음이 일고 있다. 날조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진정 사건을 인권부에 배당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진정서 원본을 내놓지 않고 있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규정 위반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대검 관계자는 최근 윤 총장과 한 부장 사이 이어지는 논란에 대해 "총장의 배당 지시를 감찰부장이 불이행해 진정서 원본을 인권부로 이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서 원본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구치소 동료인 A씨가 접수한 것이다.
한 전 총리 사건 당시 한 전 대표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뒤집었다. 그러자 A씨가 법정에 불려나와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현재 A씨는 검찰이 강요한 진술이었다면서 진상을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진정서가 접수되자 한 부장은 윤 총장에게 보고 없이 한 달 넘게 조사를 벌인 뒤 윤 총장에게 보고했다. 한 부장이 계속 감찰부에서 조사하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윤 총장은 보고 다음날 사건을 대검 인권부로 보냈다. 이미 징계시효가 지나 감찰을 벌여도 징계할 수 없고, 이번 사건은 피조사자의 인권침해 의혹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일선 조사를 맡게 됐지만 한 부장은 A씨가 보낸 진정서 원본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총장은 일단 진정서 사본을 만들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재배당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한 부장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재배당을 강행한 것은 무리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검찰 상·하급자 사이 사건 처리에 이견이 있다면 협의부터 하는 것이 순서인데, 이를 건너 뛰고 진정서 사본으로 재배당을 강행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추미애 법무장관도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편법과 무리가 있었다"며 윤 총장을 비난했다.
그러나 윤 총장 판단대로 징계가 불가능한 사안을 굳이 감찰부에서 조사해야 하는지 의문이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서 조사를 맡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추 장관도 인권감독관실이 맡지 말아야 할 사건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 총장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이번 날조 의혹에서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검사가 윤 총장 측근이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인적 배경을 따지고 든다면 한 부장은 추 장관이 임명한 여권 쪽 인사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한 부장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폐지됐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검찰 사건 처리는 지휘권자 결정에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최상급 지휘자인 윤 총장의 사건 재배당 지시에 불복하고 진정서를 내놓지 않은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며 항명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건 재배당에 진정서 사본을 활용한 데 대해 대검 관계자는 "원본이 이관되면 그에 따른 후속 절차를 거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 부장이 항명을 멈추고 진정서 원본을 내놓으면 해결됐을 일이라는 뜻이다.
진정서를 접수한 A씨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조사에는 응하지 않을 생각이고, 대검 감찰부가 조사하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추 장관은 감찰부가 사건을 다시 넘겨받아 조사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윤 총장과 한 부장 사이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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