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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수돗물 유충 사태

[취재파일] 경기 북부 수돗물 '검은 가루' 논란…남겨진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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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집 불청객 '검은 가루' 수돗물

6월 초 제보를 받았습니다. 가정집 수돗물에서 검은 가루가 섞여 나온다는 내용입니다. 영상을 확인해 봤습니다. 세면대에서 수도꼭지를 트는 순간 물과 함께 검은 가루가 섞여 나왔습니다. 이러한 영상은 경기 양주 지역 맘카페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영상 수십 개가 이미 올라온 상황이었습니다. 대부분 경기 양주 지역 일대 아파트 단지였습니다. 간혹 의정부, 동두천 지역에서도 검은 가루가 나온다는 글도 있었습니다. 공통점은 검은 가루가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 "검은 가루, 도대체 넌 누구냐?"

제보자 대부분은 주부들이었습니다. 주부들은 검은 가루를 보자 경악했습니다. 이 수돗물을 끓여 보리차를 만들고, 욕조에서는 아이들을 씻겼기 때문입니다. 6월 3일, 제보자 가정집에 직접 방문했습니다. 영상에서 본 대로 '검은 가루' 가 섞여 나왔습니다. 검은 가루는 시간이 지나자 세면대 가장자리에 달라붙어 띠를 형성할 정도로 많은 양이었습니다. 기름기가 있어서인지 달라붙은 검은 가루는 잘 지워지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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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전 악몽, 인천 붉은 수돗물, 포항 검은 수돗물

1년 전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지난해 5월 말, 인천 지역에 붉은 수돗물이 쏟아져 나와 곤혹을 치렀기 때문입니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인재였습니다. 정수장에서 무리하게 수계전환을 한 탓입니다. 이 과정에서 수도관 바닥에 붙어있던 침전물이 가정집으로 고스란히 흘러갔습니다. 붉은 수돗물 문제는 발생 2개월 지나서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피해를 본 가구는 26만 가구에 달합니다.

포항 검은 수돗물 사태는 지난해 9월 발생했습니다. 수돗물 색이 검게 나온다는 피해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포항시는 수질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민간 조사단의 합동 조사 결과 상수도관과 저수조에 쌓인 망간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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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북부 검은 가루 수돗물, 기존 사례와 다른 점은?

경기 북부 일대 가정집 수돗물에서 나오는 검은 가루는 인천‧포항 사례와 무엇이 다를까요? 수자원공사 양주 수도관리사업단은 민원이 접수된 가정집마다 일관된 특징이 있다고 말합니다. 검은 가루가 뜨거운 물을 틀었을 때만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 점을 근거로 정수장 자체에서 유입된 수돗물 자체에는 문제는 없다고 판단합니다. 양주 수도관리사업단은 수돗물이 각 아파트 온수 배관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간 것으로 예상하고 정밀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양주 수도관리사업단은 검은 가루에 정밀 분석을 6월 3일에 실시했습니다. 샘플은 경기 양주시 아파트 가정집 5곳에서 채취했습니다. 성분 분석 결과 탄소 화합물 비중이 평균 91%로 조사됐습니다. 수도관리사업단은 탄소화합물은 일종의 '고무 찌꺼기'로 보고, 아파트 가정집 수도꼭지 고무패킹에서 일부가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에 따라 수도관리사업단은 수도꼭지를 개별적으로 교체하거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협의해 온수 배관 청소를 권고했습니다. 그리고 수질 검사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 검은 가루 수돗물 사태 일단락? 반발하는 지역 주민들

수자원공사 양주 수도관리사업단의 분석 결과 발표로 사태가 마무리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반발합니다. 뜨거운 물이 아닌 차가운 물을 틀었을 때도 검은 가루가 나오는 가정집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양주 지역 맘카페 한 곳이 자체 설문 조사를 실시해 봤습니다(*응답자 115명) '냉수‧온수 모두에서 검은 가루가 나온다.'에 응답한 비율이 66%였습니다. 그리고 수전(수도꼭지‧샤워기 등)을 1년 내 교체한 가정집도 27%나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검은 가루가 단순히 가정집 온수 배관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 검은 가루 수돗물, 풀리지 않은 의문점은?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은 의문점도 있습니다. 양주 수도관리사업단에 접수된 검은 가루 민원은 80건이 넘습니다. 그렇다면 80여 가구가 우연의 일치로 배관 혹은 수전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 것일까요? 검은 가루 수돗물은 5월 말부터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아파트 세대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수도관리사업단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 "검사 한 번 더 해보자" 새로 꾸려진 시민 검증단

수자원공사 양주 수도관리사업단은 검은 가루 성분 분석 결과에 주민들이 수긍 못하자 수돗물 검증을 한 번 더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주민 10여 명과 의정부‧양주‧동두천 환경연합 관계자, 수질 전문가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검은 가루 채취를 비롯해 각 아파트 정수조 등에서도 수질 검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수자원공사와 양주시청이 시민 검증단 구성에 합의하고 적극 나서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다만, 주민들의 우려가 여전한 만큼 석연치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명쾌한 조사 결과를 내놓아야 합니다. 냉수에서도 검은 가루가 나오는 점, 수전을 교체하지 얼마 안 된 가정집에서도 검은 가루가 나오는 점, 여러 아파트에 동시다발적으로 검은 가루가 나오는 점 대한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해 인천과 포항의 수돗물 사태 발생 초기에도 지자체의 입장은 '수질에 아무 문제가 없다.'였습니다. 하지만 인천 붉은 수돗물로 피해를 입은 가구는 26만 가구에 달했습니다. 포항에서도 망간이 검출되면서 피부 질환을 호소하는 주민도 나타났습니다. 이번 경기 북부 검은 가루 사태가 지난해 인천‧포항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지 말아야 합니다.

● 궁극의 목표 : 수돗물에 검은 가루가 나오지 않게 하기

수돗물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 양주시청이나 주민들 모두 목표는 같습니다. 검은 가루가 나오지 않도록 힘을 모으는 것입니다. 수자원 공사는 민원이 접수되자 재빨리 움직여 수질 검사에 들어갔고, 주민들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피해 사례를 취합하고 수질 조사에 적극 협조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불신보다는 '한 팀'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하는 순간입니다.
박찬범 기자(cbcb@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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