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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韓엔 집값 올리는 지렛대 있다···대출규제 약발 금방 식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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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7일 집값 잡기 위한 대책 발표

유동성 규제 방안 포함할 듯

잇단 대출규제 효과 못본 이유 있어

중앙일보

정부가 17일 달아오른 주택시장 열기를 식히기 위한 대책을 발표한다. 15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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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정부가 달아오른 주택시장을 식히기 위한 대책을 발표한다. 지난해 12·16대책 약발이 다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도 가볍게 지나가는 분위기다.

꿈틀대는 집값은 거래와 동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 3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4407건)이 지난해 3월(2275건)의 2배로 거래 단절이 심하지 않았는데 4월(3020건)은 지난해 4월(3040건)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후유증을 앓던 2010년(2623건)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적었다.



4월 한 달 그친 코로나 영향



5월은 16일 기준으로 4500건을 넘어서며 지난해 5월(4398건)보다 늘었고 2018년 5월(4699건)보다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 주간 변동률이 3월 말 ‘마이너스’를 보이기 시작한 후 4월 말 가장 많이 내려갔다가(-0.07%) 지난주에는 0.2%까지 올라갔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상승세를 나타낸 곳이 3월 말 2곳에서 지난주 17곳으로 확대했다.

12·16대책에 이은 코로나19의 ‘연타’ 타격이 4월 한 달에 그친 셈이다.

경기도와 인천은 서울 고가 주택을 집중적으로 겨냥한12·16대책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아 주간 변동률이 줄곧 ‘플러스’였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가 3월 121.6에서 4월 지난해 5월(102.1) 이후 가장 낮은 110.9를 기록한 데 이어 5월 120.6으로 다시 올라섰다.

집값 온기는 지방에서도 느껴진다. 지방 아파트값 상승률도 높아지고 있다.

집값 상승은 예상보다 빠른 감이 있지만 사실 예견됐다. 정부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0%대로 낮추고 돈을 대폭 풀었다. 넘치는 유동성 속에서 ‘자산 인플레’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주택시장에 앞서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가 몰려들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주가가 집값 예고편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름이 넘치기 때문에 자그마한 불씨(호재)에도 불이 번질 수 있다. 불씨는 널려있다. 저평가, 교통 등 개발계획, 학군… 사방이 기름일 때 불씨 관리에 더욱 신중해야 하는데 의도적이든 부주의이든 흘리기도 한다.



조정대상지역 LTV·DTI 10%포인트 강화



정부는 유동성을 억제하는 방안을 추가 대책에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규제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와 같은 규제지역에 추가하고 규제지역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중앙일보

자료: 법원등기정보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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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대비 담보대출 한도인 LTV(담보인정비율)가 70%에서 조정대상지역 60%, 투기과열지구 40%로 내려간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집값이 15억원이 넘으면 LTV가 ‘0’다. 아예 대출을 받지 못한다.

6억원 주택의 경우 비규제지역에선 4억2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3억6000만원, 투기과열지구에선 2억4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투기과열지구가 되면 대출한도가 40% 넘게 줄어든다.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DTI(총부채상환비율)도 60%에서 조정대상지역 50%, 투기과열지구 40%로 낮아진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이외 주택 구입에흘러 들어가는 다른 대출도 죌 수 있다.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비금융회사 등 대출 방식과 창구는 다양하다. 맞벌이 부부가 신용대출 등으로 수억원을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 대출을 많이 끌어도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기준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58%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내려갔다. 대출금 1억원 연 이자가 298만원에서 258만원으로 14% 내려간 것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LTV가 변함없어도 DTI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자가 줄어서다. 같은 DTI로 이자를 더 낼 수 있어 담보대출 한도가 찼으면 다른 대출을 동원해 대출 원금을 늘릴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2017년 8·2대책부터 계속해서 대출 규제를 강화했는데도 효과가 오래 가지 않는 이유가 뭘까. 워낙 그동안 저금리로 늘어난 유동성이 많기도 하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15년 이후 1%대였다. 대출 제한을 통해 ‘수도꼭지’를 잠가도 저수량이 워낙 많아 계속 쏟아져 나온 셈이다.

대출 규제의 힘을 뺀 요인이 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주택시장 제도인 전세다. 전세보증금을 안고 사면 대출보다도 훨씬 많은 돈을 무이자로 빌릴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다.



대출 한도보다 훨씬 많은 전세금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57.6%다. 10억원짜리 집의 전세보증금이 5억7600만원이다. 42.4%에 해당하는 4억2400만원만 있으면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 대출 한도(40%)보다 더 많다.

경기도 평균이 69.1%다. 집값의 30%만 있으면 된다.

유동성이 디딤판이라면 전세보증금은 지렛대인 셈이다. 그러잖아도 유동성이 늘어 디딤판이 높아진 마당에 지렛대를 이용하면 쉽게 넘을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집주인 입자에서 전세보다 월세가 유리하지만 저금리에도 전세가 강세다.

중앙일보

자료: 한국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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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 전체 전·월세 신고 자료를 보면 전세 비율이 2014년 60.8%에서 2016년 55%로 내려갔다가 지난해 59%로 상승했다. 2016년 이후는 집값이 많이 오르던 때다. 대출 규제 속에 전세를 끼고 사는 ‘갭 투자’가 성행하며 집주인이 전세를 선호한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4월 기준으로 2018년 70.6%에서 지난해 66.4%로 떨어진 뒤 70.2%로 커졌다.



다시 늘어나는 전세



지난해 12·16대책 후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권 이외의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대출 규제를 피한 중저가 주택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기도 하다. 강북에 60% 넘는 곳이 많다. 강남권이 가장 낮아 50% 이하다.

하지만 전세는 월세보다 주거비용이 적게 들어 세입자가 선호하는 것이기도 해 여전히 굳건하다. 정부 정책도 전세 지원 쪽이다. 전세자금 대출이 80%까지 가능하고 각종 전세금 지원책이 많다. 지난해부터 임대소득 과세가 확대됐는데 전세보증금은 3주택자부터 과세하고 월세는 2주택자부터 내야 한다. 집주인 절세 측면에서도 전세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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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부산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앞에서 열린 장대높이뛰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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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 전체 주택의 26%가 전셋집이다. 갭투자할 수 있는 집이 이만큼 된다는 말이다.

지렛대를 놔두고 대출 규제로 디딤판 높이를 아무리 낮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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