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차질'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2일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모습. 정부가 2조원+α(알파) 규모의 기업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해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2020.6.12 xyz@yna.co.kr/2020-06-12 11:47:32/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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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송현동 부지'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송현동 부지'가 뭔가요?
서울 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일대, 경복궁 바로 옆에는 약 4만㎡에 이르는 거대한 빈 공터가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입니다. 한진그룹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이 땅을 2900억원에 매입했습니다.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과의 시너지를 위해 이 땅에 7성급 한옥호텔을 짓기 위한 목적입니다.
송현동 부지는 서울 사대문 한복판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통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양반들의 거처로,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식산은행 사택으로, 광복 이후에는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로 쓰이는 등 근현대사의 부침을 겪기도 했습니다. 인근에 광화문과 경복궁, 청와대 등이 위치해 입지만으로도 세계적인 문화도시의 거점이 될 폭발력을 갖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왜 호텔 건립을 포기하고, 이 땅을 팔려고 하는 걸까요?
송현동 부지는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호텔이 들어설 수 없습니다. 1종 일반주거지역은 건물높이가 16m 이하(고도지구)로 제한됩니다. 인근에는 덕성여고·덕성여중·풍문여고 등 학교도 많습니다. 때문에 학교정화구역으로 지정됐는데, 학교보건법에 따라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200m 이내의 지역에는 호텔이 들어설 수 없습니다.
수차례 협의에도 개발이 불가능하자 한진그룹은 한옥호텔 대신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복합문화센터를 짓기로 계획을 바꿉니다. 그러나 호텔 사업을 총괄하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4년 '땅콩회항' 사건을 터뜨리면서, 또 문화센터 건립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오너 기업이 서울 도심지, 유서 깊은 땅에 호텔 및 문화사업을 하겠다는 사실은 국민 정서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한진그룹은 결국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그룹 적자를 개선하기로 결정합니다.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갈등, 원인은 무엇인가요?
서울시는 그동안 송현동 부지를 매입해 도심 속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시도 한진그룹과 마찬가지로 문화도시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입지적 강점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시는 주변 궁궐, 경관과의 조화를 고려해 이 땅을 도심 속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시의 거듭된 공원조성계획 발표에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시가 공개적으로 공원조성계획을 발표하면서 매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진그룹은 송현동 부지 매각에 15개 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가 시가 문화공원 지정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결과적으로는 모두 입찰에 불응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한진그룹은 시의 행정절차를 두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기업의 재산권 vs 공익...시민의 판단은?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볼모로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땅의 가치는 개발 인허가권을 가진 정부에 의해 결정되는데, 시가 거듭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매각 입찰 흥행에 참패했다는 입장입니다.
송현동 부지는 입지는 훌륭하지만 다양한 규제로 묶인 반쪽짜리 땅입니다. 규제를 풀어줄 개발 인허가권자인 시가 직접 매입 의사를 밝힌 탓에 다른 매수자들도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시의 논리가 '공익'인 탓에 국민정서를 거스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시와 땅주인이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지연 기자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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