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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북, 김여정 지시 3일 만에 ‘판문점 선언’ 상징 연락사무소 폭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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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대남 공세를 이어 오던 북한이 16일 문재인정부 남북관계 상징이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지난 13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한 지 사흘만이다.

남북연락사무소는 남북이 365일 24시간 내내 연락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2018년 9월 개성공단에 문을 열었다. 그해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의 산물이자, 문재인정부 남북 화해 협력의 상징으로 꼽혔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남북관계가 교착국면을 보인 상황에서도 연락사무소에 근무하는 남과 북의 당국자들은 한 건물에서 매일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 1월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세를 보이면서 북측의 요구로 남측 관계자들이 철수한 뒤에도 매일 전화와 팩스로 연락기능을 유지하는 끈이었다.

북한이 지난 5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앉아있는 북남공동련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페(철폐)할 것”이라고 공언한 것과 북한이 대남 공세를 퍼붓던 지난 8일 오전 정기 통화에 응하지 않은 것은 파탄의 신호였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재인정부가 추구해 왔던 한반도 평화와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라며 “남북관계를 파탄 내겠다고 언급해 왔던 북한이 이런 상징적인 장소를 골라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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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6일 오후 남북관계의 상징이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9월 개소 당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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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총참모부 명의의 ‘공개 보도’에서 “전선을 요새화하고,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전단 살포를 도와주라는 의견을 접수했다”며 “군사적 행동 계획들을 작성하여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승인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4층짜리 건물을 폭파하기 위해선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한데, 북한이 사전에 향후 시나리오를 짜 놓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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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근처에서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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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북한의 보복 조치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북한이 예고했던대로 남북 공동연락사무를 폭파한 만큼 향후 추가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남북관계가 교착국면에서 위기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최근 두 차례의 담화를 통해 “북남(남북) 군사합의 파기”(4일), ”대적 행동의 행사권을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 주려고 한다“(13일 담화)고 했는데, 현재까지 김 제1부부장이 언급한 대로 북한이 움직이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와 군사적 대치를 통한 긴장 조성, 나아가 무력행사에 따른 군사적 충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이 비록 김여정 제1부부장 명의로 담화를 내고 있지만,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최근 공개활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당 중앙군사위원회(지난달 24일)와 정치국 회의(7일)를 열어 대남 기조를 정하고, 행동에 나선만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는 9ㆍ19 군사합의서를 파기하는 수순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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