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반발, 동상 논란으로 번져
찬반 시위대 충돌 등 과격 양상도
동상 활용한 '설정샷'으로 비꼬기도
존슨·마크롱, "철거 반대" 한목소리
역사적 논란이 있는 동상에 대한 철거 요구가 일각에서 과격 양상을 띠자 이를 재치있게 비판하는 현상이 SNS에 번지고 있다. 동상을 의인화해 마치 인간을 혼쭐내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 사진을 게시하는 것이다. [트위터 캡처] |
특히 영국에선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동상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는 런던 웨스트민스터궁 앞 의회 광장에 세워진 그의 동상을 훼손하고,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영연방의 식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인도 등에서 인종차별을 일삼았다는 이유다.
반대로 극우주의 시위대는 이를 저지하며 역시 의회 광장에 있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인도 민족운동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을 파괴해 복수하겠다고 위협했다.
동상 철거 운동이 이처럼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이자 이를 재치있게 비판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동상의 야구 방망이가 소년을 때리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 사진.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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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 소년을 끌어 올리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된 사진.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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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선 동상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게 연출된 사진을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statues fight back(동상들의 반격)'이란 제목과 함께 올라오는 이 사진들은 동상이 사람을 혼쭐내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동상이 휘두르는 야구 방망이에 머리를 맞거나 멱살을 잡힌 채 주먹질을 당하는 식이다. 뺨을 맞거나 발에 걷어차이는 경우도 있다. 동상들이 살아 있었다면 자신들을 공격하는 인간들에 맞서 이렇게 반격할 것이란 의미로 사진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동상이 손에 올려진 여성을 망치로 때리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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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 마치 사람의 뺨을 때린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된 사진.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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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는 동상을 훼손하는 것을 두고 "반달리즘(vandalism)"이라고 비판하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반달리즘이란 문화유산·공공시설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말한다.
식민주의나 인종차별 논란이 있는 인물 동상에 대한 훼손은 세계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선 과거 노예무역과 관련된 식민주의자 해군 장성과 18년 전 암살된 극우 정치인의 조각상이 훼손됐다. 호주 시드니 하이드파크에선 신대륙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 동상에 낙서를 한 여성 두 명이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동상들에 둘러싸인 한 남성이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연출 사진.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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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에 끌려가는 것처럼 연출된 사진.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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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럽 주요국 리더들은 동상 철거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14일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처칠 동상 철거에 반대하면서 “영국의 역사를 포토샵(조작) 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역사적인 인물들을 제거하려 한다면 엄청난 거짓말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인종차별 반대를 지지하면서도 “어떤 동상도 철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역사에서 그 어떤 흔적, 그 어떤 이름도 지우지 않겠다”면서 “우리가 누구인지 부정하는 대신 ‘진실’을 목표로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살펴보고, 우리의 역사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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