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
다음 행동 행사권, 군대에 줄 것”
트럼프 “먼나라 분쟁, 미 의무 아니다”
국방부 “북한군 동향 면밀히 감시”
국방부는 14일 “모든 상황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감시 중”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도 “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입장을 냈다.
반면에 김 제1부부장 담화가 나온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을 찾아 미국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먼 나라 분쟁 해결은 우리의 의무가 아니다”고 밝혔다. 동북아에서의 위기지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옆집 불보듯 하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대선 캠페인에 더 몰두하는 모양새다.
북한이 대남 협박에 나선 계기는 공식적으론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였다. 김 제1부부장은 “위원장 동지의 절대적 권위를 감히 건드리고 신성한 우리 측 지역에 오물들을 들이민 쓰레기들”이라며 13일 담화에서 전단을 또 문제 삼았다. 하지만 최고 존엄 권위에 만만치 않은 상처를 준 일은 지난해 있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다. 당시 영변 핵시설을 내준다는 이른바 ‘통 큰’ 합의안을 들고 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결렬시켰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열차로 달려갔던 김 위원장은 “이런 열차 여행을 왜 또 하겠는가”라고 했다.
그래서 이선권 외무상(12일 담화), 장금철 통일전선부장(13일 담화), 김여정 제1부부장(13일 담화)에 이어 이른바 ‘옥류관 주방장’(13일 대외선전매체)까지 동원한 북한의 폭풍 위협은 ‘하노이 굴욕’이 16개월 만에 남북관계에 파도처럼 도달했음을 보여준다는 대북 전문가들의 관측이 잇따른다. ‘하노이 굴욕’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북·미 중개 실패를 이번엔 제대로 문제삼겠다는 게 북한의 속내라는 것이다. 북한 내부적으론 북·미 협상에 나서고도 실익을 찾지 못한 책임을 ‘남조선’으로 돌려 체제를 단속하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에 해낼 능력과 배짱이 있는 것들이라면 북남 관계가 여적 이 모양이겠는가”라고 했는데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엔 대북 제재 이탈과 대미 설득이 모두 담긴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북한, 남북관계 파탄 대놓고 선언…옥류관 주방장 “처먹고 한 일 없어”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 미국을 설득할 능력이 없는 게 확인됐으며, 그렇다고 대북 제재를 이탈하지도 않았고, 총선 승리 이후에도 제재 전선을 이탈하려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북한 담화에 깔렸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대남 비난에서 욕설도 피하지 않고 있다. 14일 노동신문에선 “감히 어디다 대고 삿대질을 하며 개XX을 부린단 말인가”라며 욕이 등장했다. 이 매체는 “못된 버릇은 뒈져야만 고칠 수 있다”고도 했다. 앞서 13일엔 옥류관 주방장을 대외선전매체에 등장시켜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는 상스러운 비난도 했다.
선을 넘은 북한의 대남 위협 속에 북·미 중재와, 남북-북·미 관계의 선순환이라는 정부의 대외 전략은 한계를 맞고 있다. 북한은 12일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담화)고 했다. 다음 날 “북남 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장금철 통일전선부장)며 남북관계 파탄도 선언했다. 이어 김 제1부부장이 ‘군’을 예고했다. 북한은 지난 20년간 해상 공격(연평해전), 수중 공격(천안함 폭침), 도서 포격(연평도 포격), 지상 총격(전방초소 총격) 등 군사적으로 다양하게 도발했다. 이번에도 북한이 한국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 미국에 ‘우리 화났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수법을 또 쓸 수 있어 정부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이유정·김다영 기자,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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