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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물가와 GDP

"마지막 1페니까지 다썼다" GDP -20% 영국의 암울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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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다우닝10번가 관저에서 나와 하원으로 향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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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 13일(현지시간) 94번째 생일을 맞았지만 영국은 파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암울한 경제 때문이다. 영국 통계청은 12일 4월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하면서 지난달 대비 20.4%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20.4%라는 월간 GDP 성장률은 영국 역사상 최악이다. 지난 2월 GDP 월간 성장률은 -0.2%, 3월은 -5.8%였다.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24.5%가 줄었다. 국가 경제 규모의 4분의 1이 줄어든 세이다. “영국 경제가 쪼그라들었다”(월스트리트저널) “하락폭이 이렇게까지 클 지는 예상 못했다”(파이낸셜타임스) 등의 반응이 나왔다. GDP 기준 세계 6위 규모의 경제 대국 영국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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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94세 생일 기념 버킹검궁 행사에 참석한 엘리자베스2세 여왕.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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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큰 원인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영국 경제의 근간은 서비스 산업이다. 지난해 기준 영국 내 일자리의 84%가 서비스업에서 창출됐을 정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영국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수퍼마켓과 약국 등 필수품 판매업 외엔 모든 점포에 휴업 명령을 내리면서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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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분기별 GDP 성장률 추이 그래프. 월간 기준으로는 올해 4월이 최악이지만 분기로 따지면 2008년 리먼 사태 당시가 0.1%p 더 낮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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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만으로도 버거운 영국 경제엔 또 다른 복병이 있다. 유럽연합(EU)과의 ‘이혼 소송’과도 같은 브렉시트(Brexit), 즉 EU 탈퇴다. 이혼 소송에도 재산 분할 및 자녀 양육권을 두고 지난한 협의가 필요하듯, 영국과 EU 역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난망인 상황. 지난 1월 31일 서류상으론 브렉시트 절차를 마친 영국과 EU는 올해 연말까지 전환 기간을 설정했다.

양측의 줄다리기는 팽팽하다. EU는 “영국은 의무는 없이 (EU라는) 단일시장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만 골라서 취하려 든다”(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EU 측 수석대표)고 불만이다. 영국은 전환 기간 연장은 없으며, 최악의 경우 합의 없이 그냥 갈라서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영국 정부에서 브렉시트 협상을 이끄는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12일 EU 측과의 화상회의 후 “전환 기간 연장은 없다”며 “2021년 1월 1일 자로 우리는 정치적, 경제적 독립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6월 말까지전환 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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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브렉시트 공식 절차 마무리를 앞두고 브렉시트 반대론자가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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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노 딜 브렉시트에 수반되는 경제적 잡음을 최소화할 구체적 청사진이 없다는 점이다. 기업인을 대표하는 영국산업연맹(CBI)의 캐럴린페어번 사무총장은 11일 BBC 방송 인터뷰에서 “노 딜 브렉시트는 (경기) 회복을 위한 중대한 장애물이 될 것”이라면서 “불평등은 심화할 것이고 GDP 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어번 사무총장은 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영국 기업들은 마지막 1페니까지 다 썼고 바닥을 쳐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페어번 사무총장의 발언은 영국 하원에서 고브 국무조정실장이 “CBI도 ‘노 딜도 불사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주장하자, 이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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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시내에 '보수당의 거짓말이 생명을 앗아간다'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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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EU는 15일 협상을 화상회의로 재개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7월 동안집중적으로 회의를 할 스케줄을 주간 단위로 짰다”고 밝혔다. EU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11일 “다음 회의를 고대한다”고 트윗을 올렸지만 가디언 등 영국 매체들은 “협상은 평탄치 않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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