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사행동 시사 '상황엄중' 판단…합참의장도 NSC 참석
남북관계 대결로 회귀 시 정권성과 물거품…6·15 20주년 메시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가 심야에 긴급 소집된 것은 청와대가 군사 위협까지 불사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청와대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연 것은 14일 0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와 군사행동에 나설 것을 시사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발언이 나온 지 불과 3시간여만이다.
NSC 회의에서는 일단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분석하기 위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청와대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 등의 요구를 관철하고자 '文정부 때리기'까지 동원해 미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동시에 북한이 실제 공언한 대로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닫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NSC 회의에 고정멤버가 아닌 박한기 합참의장이 참석한 것 역시 이런 기류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임위원들이 북한의 군사행동 위협에 대한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부가 이날 오전 "우리 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그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군사 행동이다.
국지적으로라도 무력 도발을 일으킨다면 남북 군사합의는 물거품이 되고 북미 사이에서 해온 비핵화 촉진자 역할도 효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이 현 정부의 일관된 기조이자 최대 치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에 인내하면서 잘해준 결과가 이것이냐'는 여론을 피하기도 어렵다.
북한의 폭압적 태도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분출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여당의 총선 압승을 견인함으로써 다져놓은 안정적인 임기말 국정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북한의 이런 태도에도 청와대에서는 대화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이날 "남북은 모든 합의를 준수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제 시선은 문 대통령의 입으로 쏠린다.
청와대는 그동안 평양 옥류관 주방장의 '거친 입'까지 동원한 북한의 원색적 비난전에도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15일은 6·15 공동선언 20주년인 만큼 문 대통령이 직접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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