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서명 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싱가포르통신정보부 제공) 2018.6.12/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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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북한이 대남 공세에 이어 미국을 겨냥한 비판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미국 대선'을 언급한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가 없이 북미관계를 치적으로 삼지 못하게 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대남 비난과 비교해 미국을 향한 메시지에는 수위조절을 한 흔적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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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리선권 6.12 2주년 맞아 "북미관계 개선 기대감, 절망으로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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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12일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답은 명백하다'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두해전 한껏 부풀어올랐던 조미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절망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지난1월 외무상 부임 후 첫 담화다. 싱가포르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낸 담화에서 미국에 대한 실망감을 또다시 표출한 것이다.
그는 북부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등 지난 2년간 북한이 취한 조치를 열거하며 "미국이 합의일방으로서 지난 2년간 도대체 무엇을 해놓았는가를 주목해보아야 한다"고 했다. 미 정부가 북한 조치를 정치적 업적으로 내세웠지만 상응조치는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리 외무상은 "지금까지 현 (미국) 행정부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정치적 치적쌓기 이상 아무것도 아니"라며 "우리는 다시는 아무러한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실천이 없는 약속보다 더 위선적인 것은 없다"며 "우리 최고지도부는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확대회의에서 국가핵발전전략을 토의하고 미국의 장기적인 핵전쟁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나라의 핵전쟁억제력을 더욱 강화할데 대하여 엄숙히 천명했다"고 상기시켰다.
또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도 했다.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2018.10.15/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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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 대선-트럼프 언급하면서도 대미 메시지는 수위조절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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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전날에도 "미국은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 선거를 무난히 치르는데도 유익할 것"이라며 미 대선을 거론했다.
미 정부가 북한의 남북간 연락선 차단을 '실망한다'고 한데 대해 '남북관계에 참견하지 말라'며 나온 표현이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조선중앙통신 기자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의 수위를 낮춘 대응이긴 하나 미 대선을 언급한 대목이 눈에 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부정적 여론, 인종차별 항의 시위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며 재선이 불확실해진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감안해 내놓은 표현으로 볼 수 있어서다.
북한의 연이은 대미 담화는 이보다 앞서 나온 대남 비난 담화와도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로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비난담화를 내놓은 뒤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9일 오전엔 낮 12시부터 남북간 모든 직통 통신연락선을 폐기한다고 밝힌 직후 실제로 연락을 차단, 경고를 이행했다. 이 직후인 11일 부터 미국에 대한 메시지도 내놓기 시작했다.
다만 북한이 남측에 한 것 처럼 미국에도 구체적 행동으로 압박에 나설 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일련의 대남 비난담화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실었고 노동신문 논평 등을 통해 연일 대내적으로 대남비난을 격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대미 담화는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게재했다. 북한 당국이 미국에 대한 공세 수위는 미 대응 등을 보고 조절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메시지 역시 사실관계를 나열하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밝혀 온 미국에 대한 실망감을 재확인하는 데 힘을 줬다. 지난달 24일 연 당 중앙 군사위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 나온 '핵전쟁억제력 강화' 방침을 상기시켰고, 미국에 대응해 '확실한 힘을 키우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행동을 경고하진 않았다.
실제로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행동에 나선다 해도 대북제재 강화를 유발하거나 미국에 역공 명분을 주는 장거리미사일 발사 수준까지 긴장을 격화시키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 대신 신형무기를 공개하는 등 제재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선까지는 도발 수위를 끌어 올릴 수는 있다는 관측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미국을 향해서도 자극 받을 만한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과 강하게 충돌할 수 있는 조치 보다는 '레드라인'을 넘기지 않는 선의 행동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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