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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아동학대, 해법없나]지옥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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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학대 아동 열에 여덟은 다시 집으로

‘원가정 보호원칙’ 전체 사건 82%에 적용

‘학대 재발’ 69% 부작용

전문가들 “재발 가능성 따져 분리해야”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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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충남 천안에서 여행용 가방에 갇힌 채 끝내 숨진 A(9)군을 향한 부모들의 학대는 막을 수 있는 비극이었다. 올해 어린이날 이마가 찢어진 채 병원을 방문한 A군을 진료하던 의사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에 출동하지도 않았고, A군의 집을 방문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은 '부모가 반성하고 있고 A군이 분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원가정 보호원칙'이 그 취지와는 달리, 예방 가능한 아동학대 사건을 방치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더 많은 피해 아동들이 발생하기 전에 법률 자체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2018년 국내 아동학대 발생건수 2만4604건 가운데 '원가정 보호원칙'이 적용된 사례는 2만164건(82%)에 달한다. 이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학대 행위자와 아동을 분리조치한 3287건(13.4%)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현행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원가정 보호원칙'은 '국가는 아동이 가능한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 보호할 경우 신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의한다. 그러나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들을 살펴보면 상습적 학대 흔적이 있거나 가정환경상 학대 우려가 아주 높은 상황인 경우가 많다"면서 "아동을 분리한 상태에서 충분히 상담을 진행하며 가정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원가정 보호원칙이 학대 재발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건 통계로도 입증된다. 아동권리보장원 통계를 살펴보면 2018년 아동 재학대 사례 2543건 가운데 69%가 첫 학대 발견 이후부터 최종 조치까지 원가정 보호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사례 중 재학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6년 8.5%에서 2017년 9.7%, 2018년 10.3%로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9월 인천 미추홀구에서 숨진 B(5)군도 재학대 피해자였다. B군은 부모와 떨어져 보육원에서 2년여를 지내다 계부가 복귀를 원해 가정으로 돌아간 뒤 20여일만에 숨졌다. 당시 계부는 아이를 데려가면서 상담치료와 월 1회 가정방문 등을 약속했지만, 연락을 끊은 뒤 사후관리를 전혀 받지 않았다. 법적 구속력이 없어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 같은 원가정 보호원칙의 맹점에 대해 전문가들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아동복지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재발 가능성을 철저히 따져 학대 행위자를 아동으로부터 분리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면서 "아동보호 전문기관들이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현행 제도도 강제권을 가진 사법기관이 관여할 수 있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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