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격리·봉쇄' 코로나19의 덫
개학연기·재택 근무 등
가정에 머무는 시간 늘어
올해 2·3월 아동학대 신고
지난해보다 13.8% 증가
아동학대 年 2만4604건
하루 60명…5년새 2배 껑충
'중복학대' 47.9% 가장 높아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노력에도 가정과 학교에서 학대를 받는 아이들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이 그 가정으로 복귀해 다시 학대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아동에게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가한 행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관심과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제도적 허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본지는 갈수록 심해지는 아동 학대의 실태와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 대책을 3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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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2만4604건. 정부가 집계한 1년간 아동 학대 건수다. 하루 60명이 넘는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개학이 연기되고, 부모의 재택근무가 늘면서 아이들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런 사회적 변화가 아동 학대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3월 112에 접수된 가정 내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1558건으로 전년 동기(1369건) 대비 13.8% 증가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1월부터 집계한 아동 학대 의심 신고도 614건으로 평소보다 8.3%가량 늘어났다. 아이와 어른이 한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점, 상담소나 아동 학대전문기관 등이 비대면(언택트) 상담 위주로 운영된 것도 학대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경남 창녕의 초등학교 4학년 A양이 30대 의붓아버지의 폭행을 피해 도망쳐 나왔다가 인근 주민에게 발견돼 일주일 넘게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A양의 계부 B(35)씨는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A양의 정수리, 눈, 손등 등을 가격하거나 달궈진 프라이팬을 만지도록 하는 등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충남 천안에서는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7시간 갇힌 9살 소년이 끝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계모는 게임기를 고장 낸 아이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아동 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 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된 계모에게는 최대 살인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경찰은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 즉 가방에 갇힌 아들이 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했는지를 살펴 최종 판단해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아니더라도 아동 학대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국내 아동 학대 건수는 2014년 1만27건에서 2015년 1만1715건, 2016년 1만8700건, 2017년 2만2367건, 2018년 2만4604건으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5년 사이 2배 넘게 증가했다. 학대 유형별로는 정서 학대가 23.8%, 신체 학대가 14.0%, 방임이 10.6% 순이었다. 그러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여러 학대가 복합적으로 이뤄진 중복 학대(47.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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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통계가 우리 사회의 아동 학대 추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영ㆍ유아를 비롯한 아이들은 학대를 당하더라도 신고를 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학대의 대다수가 가정이나 학교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탓이다. 잔혹한 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와 경찰은 위기 아동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기의 아동을 파악하는 제도가 작동되지 않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며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온라인 수업 등으로) 교사나 외부인들에 의해 학대 사실이 발견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유관 기관과 협조해 아동 학대 예방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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