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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집에 돌려보내면 아이 죽습니다" 연이은 '아동학대' 범죄 들끓는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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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 감금 사건'·'창녕 여아 학대' 등 아동 대상 범죄 잇따라

지난 2018년 아동학대 접수 2만4600여건 중 82% '가정으로 다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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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 아동학대 피해 여아.사진=채널A '뉴스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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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연주 인턴기자] "제발 저 아이를 집에 돌려보내지 말아 주세요.", "어설픈 학대 가해자들 말 믿고 집으로 보내면 피해 아동 큰일 납니다."


최근 9살 난 남아가 의붓어머니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경남 창녕에서도 9살 여아가 온몸이 멍투성이가 된 채로 발견돼 아동학대에 대한 심각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접수된 학대 사례 2만4604건 중 82%(2만164건)는 피해 아동이 학대가 발생한 가정에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과 치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쉼터에 입소하는 등 가정에서 분리되는 경우는 13.4%(3276건)에 그쳤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원가정보호제도'로 인해 학대 피해 아동의 대부분이 가정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대를 당한 사실이 밝혀져도 '원가정보호제도'에 따라 학대한 사람이 있는 원가정에서 피해 아동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여행 가방에 갇혀 숨진 A(9)군은 지난해 10월부터 친부와 친부의 동거녀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달 5일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의료진은 A군의 몸에 난 상처 등을 보고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을 전해졌다. 하지만 A군이 친부와 떨어져 지내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 분리조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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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의붓어머니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힌 9살 아들이 지난 1일 119에 이송되는 장면이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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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A군이 생전 학대 피해 아동으로 신고된 바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데 보호기관이 제대로 기능을 못 해 한 아이를 죽음으로 내몬 것",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학대 부모와 분리해 피해 아동을 보호했어야 한다", "어설픈 부모 말만 믿고 아이를 집으로 보내는 게 할 짓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았을 때 보호해줬어도 피해 아동이 가방에 갇혀 사망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충분히 학대를 멈출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강제 분리를 하지 못하면 아동학대 사건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판단력이 흐린 아이가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다시 돌려보내는 건 공범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왜 아직도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되고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건지 개탄스럽다"며 "실태 파악만 하고 제대로 된 해결책은 내놓지 않는 건지 미칠 노릇"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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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아동학대 사건을 처리하는 수사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반성하고 있다. 다시는 이렇게 안 하겠다.' 이거는 아동학대를 벌인 가해자들이 늘 하는 얘기"라며 "그 말만 듣고 또 아동이 그냥 집에서 살겠다고 했다는 말만 듣고 무조건 그냥 돌려보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 프로그램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며 "경력 있는 상담원을 배치해야 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대해서 철저하게 관리 감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위기 아동을 사전에 확인하는 제도가 잘 작동하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위기의 아동을 파악하는 제도가 작동되지 않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시했다.


강 대변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동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아동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위기의 아동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부연했다.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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