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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철영의 정사신] 김종인 '기본소득', 여권 잠룡들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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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권에 던진 '기본소득' 제안이 여권 대선주자들 사이에 갈등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4일 통합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종배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는 김 위원장.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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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넘나드는 '김종인 메시지', 여당 대처 주목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먹을 수 없으면, 그 사람한테 무슨 자유가 있겠냐. 그 가능성을 높여야 자유가 늘어나는 것이다."

'여의도 차르(러시아 절대군주)'라 불리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던진 메시지다. 21세기 우리 정치권은 지금 18세기 프랑스혁명 당시 구호인 "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김 위원장은 빵을 선택적 자유에 그치지 않고, 빵을 획득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튿날(4일) 김 위원장은 "전에 없던 일(코로나19 사태)이 일어났기 때문에 전에 없던 비상한 각오로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며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여건 조성과 파생되는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기본소득을 어젠다로 올렸다.

정치권에선 당장 반응을 보였다. '빵을 살 자유'와 기본소득 문제가 여야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전 국민 고용보험'까지 흔들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8일 본인의 SNS에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쓰게 될 새 경제정책 기본소득을 백가쟁명(수많은 학자나 학파가 자신들의 사상을 자유로이 논쟁함)의 장으로 끌어내 주신 (김종인)위원장님의 뛰어난 역량에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극찬했다.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SNS에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한다. 그에 관한 찬반의 논의도 환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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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권 잠룡들이 김종인 통합당 위원장의 기본소득 문제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보수정당이 기본소득 이슈를 선점한 것에 대한 경계라는 분석이다. 사진은 이낙연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전 의원.(왼쪽부터)/배정한·남윤호·이선화·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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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전 의원은 기본소득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전 국민 고용보험이 우선해야 한다며 경계하는 모습이다.

박 시장은 7일 SNS에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도 지난 4일 "김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 도입을 공식 천명했다. 환영합니다"라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의 후속대책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을 비롯한 여러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있다. 지금 우선돼야 할 것은 이것"이라며 보수적 기본소득 논의를 경계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잠룡들의 이런 자중지란은 '진보담론'으로만 여겨졌던 기본소득제를 보수정당이 먼저 꺼내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보수의 기본소득 이슈 선점에 대한 경계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 6일 이 지사가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경제 정책이자 다음 대선의 핵심 의제"라며 "기본소득 논의에서 2012년 대선 때 노인기초연금 의제를 박근혜 후보에게 뺏겼던 데자뷔를 느낀다"고 했을 정도다.

문득 지난 1일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이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평가한 말이 떠올랐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진보에선 보수 이야기를, 보수에서는 또 진보 이야기를 천재적으로 한다. 상대방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메시지를 던진다."

박 전 의원의 예상대로 김 위원장의 기본소득은 보수진영보다는 여권의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데 일단 성공한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까지 박 전 의원의 예상대로 짧은 메시지로 여당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초반 김 위원장 메시지에 대한 여당의 대응은 또 하나의 중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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