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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슬금슬금 오른 유가 급반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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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달러대 폭락했던 서부텍사스산

경기회복 기대감에 40달러 근접

한은 “소비 침체 여전 공급도 불안

코로나 이전 값 빠른 복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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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2주 연속 상승했다. 오피넷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17.5원 상승한 ℓ당 1276.1원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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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ℓ당 1300원에 바짝 다가섰다. 특히 서울 지역 휘발유 값은 1391원까지 올랐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유가 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7일 오전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294.4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5일(1247.5원) 이후 16일 연속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은 1391.9원, 가장 낮은 대구는 1260.91원이었다.

이달 첫째 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한 휘발유 평균 가격은 1276.1원이었다. 한 주 전(1258.6원)보다는 17.5원(1.4%) 올랐다. 다만 지난 2월 첫째 주(1563.3원)보다는 287.2원 낮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는 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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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경유 평균 판매가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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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5일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9.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일주일 사이 10% 이상 올랐다. WTI는 올해 초 60달러대에서 출발했다. 지난 4월 중순 1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40달러 선 회복을 엿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제 유가가 바닥을 쳤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올해 안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7일 공개한 ‘저유가 지속 가능성 및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점검’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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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유가 추이


임준혁 한은 국제종합팀 과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봉쇄 조치로 운송용 석유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일부 산유국이 원유 생산을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동시에 가격 하락 요인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한은은 글로벌 석유 수요의 회복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 수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로 운송과 항공 여객 수요의 정상화가 쉽지 않아서다. 한은은 막혔던 경제 활동이 재개되더라도 당장 ▶방역 조치를 중단하거나 ▶위축된 소비심리가 빠르게 되살아나기는 어렵다고 봤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올해 3분기 항공 여객 수요가 56% 감소(전년 동기 대비)하고 4분기에도 33%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지난 3월 글로벌 원유 전쟁을 촉발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휴전에 합의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을 포함한 OPEC 플러스는 하루 970만 배럴 감산 협정을 다음달 말까지 연장하기로 지난 6일 합의했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에도 감산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며 “가격 상승을 원하는 나라, 생산량 증대를 원하는 나라 등 산유국 간 입장이 달라 불안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유가 상황이 오래가면 산유국 가운데 재정 여력 등 기초 체력이 취약한 나라는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 주요 산유국은 석유 판매로 쌓아둔 돈을 국부펀드 형태로 굴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해외 투자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도 국제 금융시장에 불안 요소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 1분기에만 66억 달러(약 8조원)를 현금으로 바꿨다. 이란 국부펀드는 10억 유로(1조3700억원)의 인출을 결정했다.

임 과장은 “통상 유가 하락은 한국 같은 원유 수입국에선 실질소득 증가와 생산비용 감소 등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번엔 부정적 충격이 부각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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