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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3월 페북엔 "윤미향, 동지처럼"…쉼터 소장 왜 극단선택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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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 소장 A씨(60)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소장으로 있던 이른바 마포 쉼터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이 무상으로 임대해 운영하던 곳이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경찰 "타살 정황 없어"



7일 파주경찰서는 A씨의 경기도 파주 자택의 CC(폐쇄회로)TV와 주변인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힘들다”며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는 얘기를 주변에 했다고 한다. 정의연 회계와 기부금 관련 의혹을 들여다보는 검찰의 수사로 인해 압박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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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 앞에서 쉼터 소장 부고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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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이후 힘들어해"



A씨는 2004년 5월부터 길원옥 할머니 등과 함께 지내며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일을 해왔다. 이날 정의연은 부고 성명을 통해 “(A씨는) 16년간 평화의 우리집 일을 도맡아 왔다”며 “검찰의 급작스러운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정의연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으로 위안부 피해자 지원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우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지석)는 지난달 21일 정의연의 회계 자료 일부가 보관돼 있던 마포 쉼터를 압수수색했다. 윤 의원과 정의연 관련 수사를 위해서다. 검찰은 정의연과 그 전신인 정대협의 회계 담당자들을 여러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회계 자료에 관한 설명을 듣고 분석을 이어가는 중이다.



페이스북에 "윤미향, 동지처럼"



A씨는 사망 전까지 윤 의원과의 신뢰를 보여 왔다. 그는 지난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녀 윤미향을 만난 건 2004년 5월”이라며 “지금까지 동지처럼, 친구처럼 지내오는 동안 그녀의 머리는 어느새 흰머리가 늘어났다”는 글을 올렸다. 윤 의원은 3월 31일 “우리 끝까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같이 가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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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쉼터 A소장과 윤미향 의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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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금 계좌, 개인 명의로



윤 의원이 지난 2017년 4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마포 쉼터에서 지내던 이순덕 할머니가 별세했을 당시 조의금을 받는 데 사용된 은행 계좌는 A씨 명의로 돼 있었다. 윤 의원은 정의연 활동 당시 개인계좌로 후원금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 조의금을 받아 한 시민단체로부터 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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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관계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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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위안부 할머니 관련 금품을 개인 계좌로 입금받았다는 측면에서 윤 의원과 활동이 유사했다고는 하지만 이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개인계좌 통한 모금에 관해 앞서 윤 의원이 “개인적으로 쓴 것은 없었다”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시적인 후원금이나 장례비를 모금하기 위해 단체 대표자 개인 명의 계좌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저도 크게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이라며 “관행적으로 개인 명의 계좌가 많이 활용돼 내 명의로 통장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이어 “금액에만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행동한 점은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검찰 "고인 조사한 적 없다"



검찰은 A씨를 직접 조사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서부지검은 "평화의 우리집 소장 사망 소식과 관련해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며 "정의연 고발 등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출석 요구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소식에 서부지검도 그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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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물품을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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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윤 의원의 은행 계좌 등 정의연 관련 계좌를 들여다보고 있어 수사를 통해 자금 흐름은 모두 확인될 전망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 정의연 부고 성명 전문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의기억연대를 대표해 부고 성명을 발표하겠습니다.

일본군‘위안부’ 생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님께서 6월 6일 낮 파주 자택에서 영면에 드셨습니다. 고인을 갑작스레 떠나보내게 되어 너무나 비통한 마음입니다.

고인께서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쉼터 ‘평화의 우리집’ 일을 도맡아오셨습니다. 고인은 개인의 삶은 뒤로 한 채 할머니들의 건강과 안위를 우선시하며 늘 함께 지내오셨습니다. 기쁜 날에는 할머니들과 함께 웃고, 슬픈 날에는 할머니들을 위로하며 그렇게 할머니들의 동지이자 벗으로 그리고 딸처럼 16년을 살아오셨습니다. 지금도 함께 생활하시던 길원옥 할머니의 건강만을 생각하셨습니다.

심성이 맑은 분이셨고, 정성과 헌신으로 언제나 자신보다 할머니들이 우선이셨던 분입니다.

고인은 최근 정의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습니다. 특히 검찰의 급작스런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언론의 과도한 취재경쟁으로 쏟아지는 전화와 초인종 벨소리, 카메라 세례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셨습니다. 항상 밝게 웃으시던 고인은 쉼터 밖을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셨습니다.

한생을 피해자들에게 헌신한 고인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관심과 억측을 멈춰주십시오. 유족들과 주변인들, 정의연과 쉼터 평화의 우리집, 고인의 자택 등을 향한 인권침해적인 무분별한 취재경쟁을 중단해주십시오. 고인의 명예를 위해 부디 카메라와 펜을 내려놓고 고인의 삶을 차분히 되돌아 봐주십시오.

정의기억연대는 유가족 측의 의견을 존중하며 명예롭고 정중하게 고인의 가시는 길에 예의를 다하겠습니다.

먼저 가신 고인의 부모님, 함께 생활한 이순덕, 김복동 할머니 등과 함께 하늘나라에서 생전의 미소 그대로를 보여주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년 6월 7일

정의기억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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