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설치된 CCTV가 비추고 있는 수술실 내부 모습. [사진제공=경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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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력 현안중 하나인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사업'이 민간 의료기관 외면으로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경기도 공모에서 민간 병원이 적극 호응했다면 '관(官) 중심 사업'이란 비판을 털고 '민간 중심→전국 확대'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수 있었지만 민간 의료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22일부터 1일까지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 지원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을 공모했다.
CCTV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 3000만 원을 전액 도비로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도는 공모를 통해 12개 의료기관을 선정하려 했지만 마감 결과 지원 병원은 2곳 뿐이었다.
경기도 소재 병원수를 고려할때 이는 참담한 결과다. 경기도는 관내 병원급 민간의료기관 중 수술실이 설치된 곳을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은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다.
공모 기준에 부합하는 도내 병원은 모두 312곳. 고작 0.6%만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의향이 있다고 화답한 것이다. 결국 경기도는 "참여기관 수가 미달해 19일까지 재공모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수술실 CCTV 설치 사업'을 민간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려는 이유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결과 의료인이 우려했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자신감을 얻은 데다 공공 의료기관에 국한된 사업이란 부정적 시선을 깰 수 있어서다.
실제 경기도가 수술실 CCTV를 도입한 경기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의 운영실적을 보면 CCTV 설치로 인한 예민한 분쟁은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았다.
6개 병원에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한 4239건의 수술중 67%인 2850건의 수술 장면이 환자 동의를 얻어 녹화됐다. 특히 수술 이후 CCTV 녹화영상을 요청한 환자는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의료계가 의료계에 대한 불신조장, 환자 프라이버스 침해 등을 이유로 수술실 CCTV 도입을 반대했는데 녹화 영상 요청 사례가 없다는 것은 이러한 우려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뒷받침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민관 의료기관을 타깃으로 한 이번 공모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의료인과의 인식차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경기도의사회는 이번 '수술실 CCTV 설치' 공모 사업이 외면받은 이유에 대해 "이재명 지사의 수술실 CCTV 설치 지원 사업이 얼마나 허황되고,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사업인지가 여실히 증명된 것"이라며 실패한 사업으로 규정했다. 경기도의사회는 별도 성명서을 통해 "CCTV 감시는 의사와 환자의 불신조장일 뿐 아니라 이 세상의 누구도 CCTV로 감시받으며 일하기를 원하지 않는 기본권 침해적 발상"이라면서 "인권변호사라는 이재명 지사가 이렇게 인간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사람의 기본 인권을 극도로 침해하는 발상을 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 강도를 높였다.
경기도가 '수술실 CCTV 설치 사업'을 재공모한 데 대해 강봉수 경기의사회 부회장은 "지난 2월 코로나19로 발생한 마스크 대란때 의료인에 대해 지원한번 없던 경기도가 코로나 국면이 여전한 상황에서 일의 우선 순위를 고려하지 않은채 재공모 사업에 혈세를 쏟아붓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도내 의료기관에 방호 용품·특별 경영 지원금을 지원하고, 수술실 CCTV 설치 사업을 완전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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