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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표적 정밀타격에 효과적… 기술·윤리적 문제는 넘어야 할 과제 [디펜스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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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 드론’의 명암 / 기존 무인기·순항미사일 특성을 융합 / 중동 지역 반군, 정규군 공습 주로 사용 / 이스라엘 등 방산업체, 군용 잇단 출시 / 한국 육군도 ‘드론봇’ 정식 배치 추진중 / 요격용 ‘안티 드론’도 발달… 활용도 의문 / 전문가 “전면 도입 여부 신중검토 필요”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은 드론(무인기)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입증한 행사였다. 당시 소형 드론 1200여대가 하늘 위에서 만드는 다양한 형상에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1200여대의 드론에 폭탄이 장착되어 있다면 어떨까. 폭발물을 싣고 있는 드론이 지상 목표물을 향해 달려든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점에 주목한 세계 각국의 무장조직과 정규군들이 시리아를 비롯한 분쟁지역에서 자폭 드론을 사용하면서 ‘하늘에서 다가오는 위협’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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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 킬러


◆무인기와 순항미사일 기술의 결합

자폭 드론은 기존 무인기와 순항미사일의 특성을 융합한 개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가미카제’와 달리 사람이 직접 탑승하지 않는다. 대신 사전에 입력된 경로를 따라 목표지점으로 날아가거나 지상 통제하에 비행을 한다. 목표물을 발견하면 빠르게 하강, 표적을 파괴한다. 적지로 날아가 미사일이나 폭탄을 투하하는 전투기나 무인공격기와는 개념이 다르다.

중동지역 반군들은 자폭 드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내연기관을 쓰는 상업용 저가 드론에 폭발물 수㎏을 장착한 뒤 하늘로 띄우면, 정규군 공습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1월 러시아군이 주둔하던 시리아 북서부 흐메이밈 공군기지가 현지 반군의 자폭 드론 공격을 받았다. 13대의 자폭 드론을 동원한 반군의 공격은 러시아 방공망에 막혀 실패했지만, 비정규군도 자폭 드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슬람국가(IS) 등이 중국산 저가 드론에 수류탄을 장착해 공격하던 것과 비교하면, 제작 및 운용기술을 단기간 내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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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인 아브카이크 단지가 자폭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단지 가동이 중단되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쳤다.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예멘 후티 반군은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드론을 앞세워 사우디 전역을 공포에 떨게 했다. 중동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사우디가 저가 드론을 막지 못해 궁지에 몰린 것이다.

무장조직의 자폭 드론 활용이 증가하면서 정규군도 이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방산업체들도 자폭 드론을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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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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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롭


이스라엘이 만든 하피(Harpy) 무인기는 군용 자폭 드론의 시초로 평가된다. 한국도 1990년대 도입했던 하피는 발사 후 지정된 상공을 비행하다 적 레이더 전파가 수신되면 발신지를 추적, 스스로 충돌하는 무기다. 하피를 개량한 하롭(Harop)은 적 지휘부 타격 등이 가능한 드론으로 비행거리가 1000㎞에 달한다. 쿼드콥터 형태인 로템(Rotem)-L은 200m 이내에서도 프로펠러 소음이 들리지 않고, 병사 한 명이 두 대의 로템-L을 운반할 정도로 휴대성이 높다. 히어로(Hero)-30은 최대 비행거리가 40㎞로 0.5kg의 폭약을 내장하고 있다. 시설 파괴보다는 인명 살상에 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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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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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900


드론봇(드론+로봇) 배치를 추진 중인 한국 육군은 지난해 고폭탄을 달고 북한군 240㎜ 방사포를 파괴하는 자폭 드론의 개념을 공개했다. 육군은 2020년대 각급 부대에 자폭 드론을 정식으로 배치, 박격포나 야포 등 기존 타격체계를 상당 부분 대체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도 대테러전 외에는 자폭 드론을 사용하는 사례가 흔치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혁신적인 구상”이라고 말했다.

◆정규군 전면 사용까진 갈 길 멀어

자폭 드론 사용을 지지하는 측은 시가지와 인접한 적 지휘소나 차량 등 정밀타격이 필요한 표적 파괴작전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야포나 박격포 등 기존 재래식무기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파괴에 자폭 드론이 정규군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폭 드론은 구름보다 낮은 고도에서 비행한다. 비와 눈, 바람, 안개 등의 영향을 피할 수 없어 운용에 제약이 따른다.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는 사막 지형 위주인 이스라엘과 달리 산과 숲이 많은 한반도에서 자폭 드론이 표적을 발견하는 데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드론을 요격하는 안티 드론(anti drone)의 발달로 주파수 교란이나 전자파 방사, 소프트웨어 해킹 등의 기술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전면전 상황에서 적 방공망에 요격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 활용도가 낮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기술적 윤리적 난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자폭 드론이 표적을 발견해서 파괴하는 최적의 방법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자율적 의사결정이다. 하지만 오폭에 따른 윤리적 문제 등을 예방하려면 지상 운영요원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이는 드론 도입의 장점 중 하나인 인력감축 효과를 떨어뜨린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자폭 드론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면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순항미사일이나 155㎜ 정밀유도포탄처럼 자폭 드론을 대체할 무기도 있는 만큼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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