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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계획된 먹튀?...수천명 피해 발생에도 수사는 '지지부진' [김기자의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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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열고 저렴한 가격에 상품 올려
네이버·카카오 광고에 소비자 몰려
피해신고 빗발쳐도 수사는 '아직'


[파이낸셜뉴스] 정상적인 온라인 판매 사이트처럼 꾸며두고 계약이 체결되면 물건을 보내지 않아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는 업자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피해자가 정부기관에 관련 신고를 접수했지만 최근까지 별다른 제지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업자는 과거에도 유사한 사이트를 개설해 같은 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검찰은 이 업자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일부 물건을 보내고 환불도 해주는 등 사기의 고의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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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 등 검증된 사이트에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제품을 광고해 피해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업체 광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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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급했는데 물건은 '무소식'

인천 논현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한 온라인 쇼핑몰 대표 최모씨(39)와 해당 업체를 수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최씨는 올해 2월 13일부터 최근까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의 사무실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고객으로 부터 돈을 받은 뒤 해당 물건은 배송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 업체는 쌀 10kg, 샤오미 미밴드, 에어팟 등 인기 물품을 시중가보다 크게 저렴한 가격에 올려 관심을 끌었다. 20만원 상당의 에어팟을 11만6000원에, 2만원대 후반인 미밴드4 제품을 배송비 포함 2만500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업체는 네이버와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광고를 게시해 싼 가격에 대한 의심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용으로 미밴드를 2개 구입하려다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피해자 A씨는 “네이버 같은 큰 회사에서 광고를 실어줬으니 사기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며 “피해금액이 크지 않아 포기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이런 피해자가 너무 많을 것 같아 신고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업체는 입금을 받은 뒤 물건을 보내지 않고 차일피일 시간을 미뤘다.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물건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업체에 항의를 했지만 업체는 코로나19로 인한 배송지연 등 각종 이유를 대며 상황을 회피했다. 이에 일부 피해자가 업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하면 이에 응답하기도 하는 등 한동안 잠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업체는 수차례 홈페이지 상에 배송을 완료하겠다는 공지도 올렸다.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업체는 다시 이달 8일까지 환불하겠다는 공지를 게시했으나 이행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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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체는 7일까지 피해자들에 대한 환불을 완료하겠다고 공지했으나 환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이 업체의 환불 공지가 사기죄 적용을 피하려는 꼼수로 의심하고 있다. 업체 공지 캡처.


■같은 수법으로 소액 피해자 양산

문제는 업체 운영자의 이 같은 행각이 처음이 아니란 점에 있다. 업체 운영자인 최씨는 2018년 12월 역시 온라인 판매업으로 등록된 S*** 업체 감사로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업체는 카카오스토리 등에 10여개의 채널을 개설하고 옷과 신발 등을 판매했는데, 이때도 다수 소비자에게 물건을 보내지 않아 논란이 됐다.

피해자 B씨는 “카카오스토리에서 채널을 만들어서 물건을 파는데 값이 싸서 이것저것 샀는데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며 “큰 돈이 아니니 그냥 넘어간 사람도 많을 텐데, 그런 걸 노려 사기를 쳤다고 생각하면 꼭 처벌해야 할 악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연맹, 관할 지자체 등에 관련 신고가 빗발쳤으나 업자들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사기혐의를 무혐의 처분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업자들이 잠적하지 않은 채 각종 이유를 대며 혐의를 부인했고, 일부 배송이나 환불작업도 진행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소비자 피해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업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원 관계자는 "그 업체에 대해 비슷한 신고가 엄청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공정위랑 경찰에서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은데 빨리 처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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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논현경찰서는 핌** 관련 신고를 병합해 집중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 fnDB


■신고는 빗발치는데 수사는 '지지부진'

현재 핌** 사무실은 비어있는 상태다. 이들이 판매하겠다고 등록한 상품이 실제 존재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은 전국 각지에서 신고가 쏟아진 5월 초에야 인천 논현경찰서에 집중수사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논현 경찰서 관계자는 “접수된 게 아직 한 달이 안 됐다”며 “구체적인 건 안 나왔고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세부적인 답변을 피했다.

레***의 경우에도 전격적인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관할인 공정위 광주사무소 관계자는 “(업체 소재지인) 완주군에서 시정권고를 했는데 이게 제대로 이행이 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며 “환불을 안 해주고 소비자 연락도 안 받는다는 불만에 대해 ‘이행해야 한다’는 권고이고, 이걸 따르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들 부실한 업체들에 대해 검증 없이 광고를 실어준 카카오스토리와 네이버엔 관련 책임을 묻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행법상 이들에게 검증이나 피해구제를 강제할 만한 근거법령이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카카오 측에 입장을 묻자 '핌마켓은 당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가 아니'라며 '당사가 직접 상거래에 관여하지 않아 당사에서 직접 해명하거나 자료 제출, 환불 등의 진행을 할 수 없음을 안내드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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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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