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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터키에서 결혼 첫날 밤 꼭 먹는 '카트메르'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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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미식도식 가지안테프의 아침을 여는 베이란 베이란 초르바스/ 결혼 첫날밤 먹는 달콤한 카트메르 / 트로이가 사랑한 블루피시 필라프와 에지네 치즈 / 카파도키아 항아리 케밥과 투라산 와인

세계일보

가지안테프 아침식 베이란 초르바스


쌀, 마늘, 고추, 양고기 육수 등을 넣고 저온에서 10시간 이상 푹 끓여낸다. 잘게 찢은 고기도 듬뿍 들어가 있으니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마치 한국의 육개장 같은 이 요리는 터키식 양고기 수프, 베이란 초르바스(Beyran çorbası)다. 양고기의 감칠맛에 다양한 향신료가 더해진 깊은 풍미가 활력을 북돋워 하루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혼 첫날밤 먹는 카트메르

터키는 세계 3대 미식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오랜 역사와 여러 민족의 문화,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나는 풍부한 식재료, 지역 특산품을 이용한 독특한 조리법 등을 바탕으로 지역마다 특색 있는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 대표적인 곳이 실크로드가 지나던 가지안테프(Gaziantep)다. 또 에게 해(Aegean Sea)와 카즈(Kaz) 산에서 얻은 신선한 식재료를 기반으로 다양한 미식을 선보이는 트로이(Troy), 열기구 외에도 독특한 조리법으로 유명한 카파도키아(Cappadocia)도 특별난 미식으로 식객들을 부른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터키 남동부 미식 분야 창조 도시(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가지안테프의 대표 요리가 베이란 초르바스다. 보통 터키식 아침 식사는 여러 종류의 치즈와 버터, 터키식 스크램블드에그, 전통 빵 시미트와 차이 등으로 구성되지만 가지안테프에서는 주로 베이란 초르바스를 아침 식사로 즐긴다. 과거 실크로드가 지나던 곳답게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한 조리법이 발달해 보통의 터키 음식보다 풍미가 강하다.

가지안테프의 또 다른 대표 메뉴는 특산품인 피스타치오가 듬뿍 들어간 카트메르(Katmer). 얇은 밀가루 반죽 위로 잘게 부순 피스타치오와 카이막(Kaymak)이라는 터키 전통 우유 크림을 넣고 튀겨낸 달콤한 음식이다. 신혼부부들이 결혼 생활에서 기대하는 달콤함을 상징해 결혼 첫날밤 이후 처음 먹는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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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블루피시 필라프


#고대 도시 트로이가 사랑한 블루피시 필라프와 에지네 치즈

터키 북서부 지역은 고대 도시 트로이가 있던 곳이다. 에게 해에서 나는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와 카즈 산에서 이어지는 평야에 방목한 양과 염소의 젖으로 만든 치즈가 유명하다. 그중 블루피시 필라프(Bulefish Pilav)는 트로이를 대표하는 요리로 에게 해에서 잡히는 생선을 필라프(Pilav)에 곁들인 요리이다. 터키에서는 전통적으로 버터에 쌀을 볶아낸 후, 육수를 부어 익혀내는 필라프 요리가 발달했다. 블루피시 필라프는 쉐리예(şehriye)라고 불리는 쌀알 모양의 작은 파스타면과 쌀을 섞어 만든 필라프 위에 노릇하게 구워낸 블루피쉬를 얹어 함께 쪄낸다. 요리 한 그릇에 에게 해가 통째로 담겨있다고 할 만큼 영양가가 높다.

에지네(Ezine) 지방의 치즈도 오래전부터 즐기던 별미이다. 전통적으로는 염소와 양의 젖을 섞어 만들며 요즘은 소의 젖도 사용한다. 일반적인 터키 치즈 중에서도 진한 맛과 향을 자랑해 터키 사람들은 에지네를 치즈의 고향으로 여기기도 한다. 에지네 지방의 치즈전문점은 치즈의 단단함이나 지방 함유량, 염도 등을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치즈를 자랑한다. 현지에서는 터키식 전채요리인 메제(meze) 또는 멜론, 수박 등과 함께 여름철 별미로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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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 항아리 케밥


#카파도키아에 즐기는 만찬 항아리 케밥과 투라산 와인

카파도키아는 기암괴석이 장관으로 열기구 투어가 유명하다. 하지만 현지인들에게는 항아리 케밥과 와인으로 더 알려져 있다. 아나톨리아(Anatolia) 고원 한가운데에 자리한 카파도키아 지방 사람들은 예로부터 강에서 얻은 붉은 진흙으로 도자기를 생산하는 아바노스(Avanos) 마을의 도기를 식사와 요리에 사용해왔다. 원래는 커다란 냄비형 도기에 만든 음식을 담았는데, 모두에게 동일한 양의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작은 도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항아리 케밥으로 불리는 테스티 케밥(Testi Kebabı)이 탄생했다.

항아리 케밥은 재료를 꼬치에 끼워 직화로 익혀 내는 일반적인 케밥과 달리 항아리 모양의 작은 도기 안에 고기와 야채를 넣고 화덕에 넣어 익힌다. 따뜻한 국물과 함께 스튜처럼 즐길 수 있어 이색적이다. 먹기 전 항아리를 쪼개는 이색 퍼포먼스 또한 눈길을 끈다. 망치로 항아리의 가운데를 톡톡 치면서 상단부를 들어 올리면 보글보글 끓고 있는 따뜻한 케밥의 모습이 침샘을 자극한다. 식당 앞마다 수북하게 쌓인 깨진 항아리 더미와 그 위에 각국의 언어로 적혀 있는 손님들의 메시지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카파도키아는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와인양조 역사는 7000여에 달하며 직접 재배한 터키 토종 포도로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해왔다. 특히, 이 지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와이너리인 투라산(Turasan)의 와인은 카파도키아의 자랑거리다. 대륙성 기후와 척박한 화산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투라산 와인은 뛰어난 미네랄과 응축된 맛과 향이 매력적이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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