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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TF초점] 기업 총수들 경영 보폭 넓히는데…삼성, 미래 준비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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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기업 총수들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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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들, 위기 극복 비상 경영…삼성은 '사법 리스크' 불확실성 최고조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메시지를 내놓고 경영 활동 보폭을 넓히는 등 '포스트 코로나' 대응 체제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재계 서열 1위 삼성의 분위기는 다르다.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경영 시계가 또다시 멈출 위기에 처했다.

◆ 위기 대응 전면에 나선 기업 총수들

5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탓에 발이 묶였던 기업 총수들이 현장 행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진정돼 경영 정상화에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이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응 모델을 찾고 있다. 신사업 준비뿐만 아니라 새로운 근무 형태를 찾는 실험에 돌입하는 등 선제적 대응으로 빈틈없이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5대 기업 총수 가운데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활발한 '위기 극복' 경영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일 경기 안성에 있는 롯데칠성음료 '스마트 팩토리' 구축 상황을 점검하며 현장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롯데는 이 스마트 팩토리를 설비 자동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적용된 미래형 음료 공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신동빈 회장은 "안성 스마트 팩토리가 포스트 코로나에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그룹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18일 국내 경영에 복귀한 뒤 포스트 코로나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의 '위닝 스피릿' 함양을 강조하면서, 주 1회 재택근무 정례화 등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기존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대비 등을 위한 고강도 쇄신을 주문한 상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다. 계열사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대세가 된 '언택트(비대면) 경제'를 선도하면서도 '사회 안전망 강화'를 기업의 새로운 숙제로 보고, 이를 발 빠르게 실천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인 제약·바이오 부문과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 대한 투자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경제 현안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았다.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갈등 격화 등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를 직접 챙기기 위함이다. 구광모 회장은 현장에서 디지털 전환, AI 사업 추진 전략과 현황, 우수 인재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는 "사이언스파크만의 과감한 도전의 문화를 만들어 달라"며 그룹의 미래 시드를 찾아 기회를 선점하는 LG사이언스파크의 역할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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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갈림길에 서게 되면서 삼성의 경영 활동에 빨간불이 커졌다.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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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의 '뉴삼성' 행보,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재계 맏형격인 삼성의 경영 시계는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초유의 복합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는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주어졌지만, 수년 전부터 이어진 사법 리스크에 또 한 번 제동이 걸렸다. 검찰이 지난 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과 관련한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그 어떤 기업인보다 경제 위기 극복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보인 행보는 공격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출장, 경기 평택 파운드리(10조 원)·낸드플래시(8조 원) 생산라인 투자 발표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때를 놓치면 미래는 없다"라는 위기 상황에 대한 절박함 섞인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 행보에 제동이 걸린 건 지난달 말부터다. 2차례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다시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은 잇단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왔다.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해서는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뒤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총수 부재' 우려가 반복되는 모양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 수사는 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됐으며,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에서는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했다"며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은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 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수사심의위원회 심의 신청을 접수했던 것인데, 검찰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이번 사법 리스크로 인해 미래 준비에 주력했던 삼성의 사업 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당시 상황을 되돌려 봤을 때 신사업 인수·합병(M&A), 글로벌 투자 등 굵직한 현안 처리에 신속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삼성은 과거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2017년 2월 이후 굵직한 M&A를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AI·5G·바이오·반도체·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신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대부분 이재용 부회장 석방 이후 이뤄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영 차질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며 "삼성 입장에서는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했던 미래 사업 계획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탓에 굉장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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