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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우석훈의 달달하게 책 읽기] 左右 정책의 혼합… 실용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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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조선일보

우석훈 경제학자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제일 즐거웠던 때는 애덤 스미스에서 마르크스를 거쳐, 칼 폴라니에 이르는 경제학자들의 뒷얘기를 맥줏집에서 선배들에게 듣던 시절인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미국 입국이 거절당하자, 주저 없이 미국행 대신 캐나다행을 선택한 폴라니의 사랑은 지금도 가슴이 저릴 정도로 아름답다.

원래 해제나 추천사를 쓴 책은 따로 서평을 쓰지는 않는데, 조너선 앨드리드의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21세기북스), 이 책은 그냥 묻히기에 너무 아까워서 펜을 들었다.

"경제학자가 치과 의사만큼이나 겸손하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케인스가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은 솔직히 나도 처음 알았다. 요즘 세상에서 경제학 전공자들은 피도 눈물도 없이 기업의 구조 조정을 얘기하고, 제조업 같은 것은 버리고 금융으로 가자, 이런 무지막지한 얘기들만 하는 사람으로 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대중적 이미지 뒤에 숨겨진 경제학자들의 소소한 갈등과 사연, 그리고 속에 숨은 고민은 교과서에 잘 나오지 않는다.

조선일보

이 책은 특히 요즘은 경제학과 학부에서도 기본으로 배우는 게임 이론 형성 과정과 80년대 이후 이론의 전개가 뒷얘기 중심으로 아주 재밌게 나와 있다. 전공이든 부전공이든, 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둘 만하다. 자신이 어떤 학파에 속하게 되든, 어느 세부 전공을 가지게 되든 명색이 경제학도라면 알아두어서 해롭지는 않을 내용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좌우의 경제정책은 점점 혼합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제 코로나와 함께 그 경향은 점점 더 강해지는 중이다. 기본 소득에 펄펄 뛰던 통합당에서도 전 국민에게 주는 재난 소득 주장이 나왔다. 책은 냉전을 거쳐 세계화 시기까지, 경제학이 신학처럼 딱딱해지는 과정을 매우 잘 설명한다. 그러나 이제 신학의 시대는 끝나고 실용의 시기로 변한다. 코로나 이후 딱 필요한 경제학 입문서다.

경제학 이론을 지키기 위해서 정권을 날려먹고 싶은 정당은 없다. 지금의 변화에 꼭 필요한 책이다. 게임 이론의 변천사로 읽어도 충분히 재밌는 책이다.

[우석훈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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