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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진보, 86세대 작심비판···한상진 "의석수 믿고 자기확신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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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기억연대 회계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힌뒤 지하주차장을 통해 건물을 나가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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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86세대’는 군사정권부에 맞선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다. 한때 권력과 기득권에 저항하는 표상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진보 진영에서도 “86세대는 더이상 민주의 상징이 아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성찰론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하반기 대한민국을 휩쓴 ‘조국 사태’였고, 최근 불거진 ‘윤미향 사태’는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여기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전 의원의 ‘소신’을 징계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살아 있는 권력이 된 86세대가 외려 비민주로 치닫고 있다”(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비판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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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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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발간 예정인 진보 성향 계간지 ‘문화과학’ 102호(여름호)는 기득권화된 86세대를 비판하는 특집으로 구성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등을 계기로 한국의 86세대를 조명했다. 김현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86세대 지식인의 계급투쟁: 대리 정치와 표상의 독점’이라는 기고 글에서 진보 진영 내 일부의 ‘조국 수호’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김 연구원은 “조국 사태로 드러난 건 민주 진영을 공격하려는 반민주 진영의 음모 따위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이었다”며 “그런데도 일부 86세대 지식인은 조국 비판을 ‘반민주’로 매도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86세대가 스스로를 민주화의 상징, 도덕의 대변자로 여기면서 민중을 대리한다는 자기기만에 빠진 것은 아닌가”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86세대 중에서도 더 많은 권력이나 부를 차지한 ‘파워 그룹’을 비판하는 주장도 있었다. 김성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파워 엘리트 86세대의 시민 되기와 촛불민심의 유예’라는 기고에서 “파워 엘리트 86세대는 외환위기로 인한 정리해고를 비껴갔고, 노동 유연화 정책의 집행자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부동산 부를 축적하는 등 시류에 부합해 한국 사회의 상층으로 진입했다”며 “그럼에도 자신들의 삶의 궤적을 ‘민주주의’로 정당화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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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문화과학 이미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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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가 사회 주류로 자리잡은 것을 넘어 자녀에게 지위를 세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진단도 나왔다. 강정석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사무국장은 기고 글에서 “86세대는 자신들이 얻은 경제적, 사회적 자원을 자녀 세대에 안정적으로 세습하는 방법으로 공정치 않은 교육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177석을 차지하며 압승한 데다가 50대로 접어든 86세대가 당의 중추를 맡게 되면서 이들의 기득권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번 21대 국회의원 연령을 살펴보면 300명의 의원 중 50대가 177명(59%)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도 진보 성향의 사회학자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86세대를 위시한 진보 그룹의 권력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명예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진보 진영과 정치권력의 동질화가 우려스럽다”며 “의석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진보의 자기 확신은 날로 강해질 것이고, 86세대 등 진보 내부의 ‘자기비판’마저도 거칠게 내몰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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