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여정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청와대는 김여정이 문 대통령에게 공손히 술을 따르는 사진, 활짝 웃으며 대통령 부인과 환담하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이 "(김여정은) 남쪽에서 아주 스타가 돼 있다"고 하자 김여정의 얼굴이 빨개졌다고 청와대가 전하기도 했다. 우리 어용 매체들은 김여정이 '예의 바른 공주님' '평화 메신저'인 것처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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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서실장이 김여정 앞에서 "평창 올림픽이 두 가지를 남겼다. 성공 개최와 김 부부장(김여정) 팬클럽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 있던 문 정권 실세들이 서로 '김여정 팬클럽 회장'을 자처했다. 농담인 줄 알았다. 이후 평양 회담을 다녀온 친여 인사도 "(평양에서) 사람들이 팬클럽 회장을 하겠다고 난리였다" "남매(김정은·여정)가 없으면 북한이 걱정된다"고 했다. 농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제 김여정이 '팬클럽 회원'들이 있는 문 정부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나는 못된 짓 하는 놈(탈북민)보다 못 본 척하는 놈이 더 밉더라"고 했다. 문 대통령을 겨냥해 '놈'이라고 한 것이다. 2년 전 '님'이 '놈'이 됐다. 3월에도 "저능한 사고" "완벽한 바보"라고 막말을 했다. 서울 환송 만찬에서 "제가 원래 말을 잘 못한다"며 수줍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지금 북에서 김여정은 김정은 다음가는 신(神)이나 다름없다. 북 주민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 김씨 왕조 유지에 필요할 때만 고개를 숙이고 미소를 보내는 것이다. 김정일 여동생 김경희도 그랬다. 앞으로 남북 이벤트가 벌어지면 김여정은 표정을 바꾸고 또 ‘문 대통령님’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김여정 팬클럽 회원들이 열광할 것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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