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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세상읽기]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의 핵심은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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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남북교류협력법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우리의 현실에 있어 매우 중요한 법안이라 할 수 있다. 남북교류협력법은 1990년 제정됐고 올해 30년을 맞는다. 1990년 당시 상황에 대한 성찰 없이는 이 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경향신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1980년대 중반부터 동서 냉전의 한 축인 소비에트 연방이 급격히 몰락하는 길을 걷게 된다. 공산주의 경제체제의 모순으로 1980년대부터 소비에트 연방국가들은 경제난에 봉착했고 미·소 간 신냉전의 구조 속에서 소련은 무리한 군비경쟁을 추진한다. 1985년 공산당 서기장으로 취임한 고르바초프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소련의 존속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미국과의 군축협상을 시작하고 과감한 경제개혁과 개방정책을 추진한다. 동유럽국들을 소련의 위성국으로 묶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브레즈네프 독트린을 포기했고 동유럽국가들은 더 이상 소련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자 각자도생 아래 냉전의 붕괴를 가속화시켰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그해 12월 미·소는 몰타정상회담을 통해 냉전종식을 선언했다. 이듬해 12월 소련은 공식적으로 해체되면서 공산주의의 실험은 끝났다. 냉전종식이라는 세계적 격변기에 당시 노태우 정부는 북방정책을 추진했다. 한·소 수교, 한·중 수교를 전개하고 한민족 공동체 개념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진한다. 냉전종식의 개방화된 세계사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남북 간 문호를 개방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한 것이 바로 남북교류협력법이다.

지난 5월24일 이렇게 탄생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에 대한 온라인 공청회가 개최됐다. 지난 30년 동안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이 몇 차례 있었지만 이번에 새로운 국회 출범을 계기로 그동안의 변화들을 담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언론에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이 남북 주민 간의 접촉 완화 문제이다. 현행법은 우리 국민이 북한 주민을 접촉할 경우 정부에 신고해야 하고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등을 이유로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을 방문, 반출입, 협력사업,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 수송 장비의 승인 등 “교류협력 사업추진의 목적에 따른 접촉”으로 한정함으로써 기준을 완화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북한과의 회합과 통신을 막고 있는 국가보안법과 상충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교류협력법과 국가보안법은 목적이 다르다. 교류협력법은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법이고 국가보안법은 반국가활동을 규율하는 법률이다. 우리 국민이 북한 주민과 우발적으로 접촉했을 경우나 지나가다 안부 인사를 나눴다고 해서 모두 접촉신고 대상으로 규율할 것은 아니다.

또 몇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유권해석을 통해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해왔던 지방자치단체를 교류협력의 주체로서 명시화한 것이다. 교류협력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경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 교류협력 중단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된 남북 교역, 경협 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할 법적 근거를 개정안에 포함한 것들도 눈에 띈다. 이러한 부분의 개정 취지에 대해서는 공청회 과정에서도 많은 공감이 이뤄졌다고 한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의 요지는 현재 남북관계가 정체기인데 우리만 너무 앞서나간다는 우려이다. 북한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남북관계사를 되돌아보자.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온 적이 있었는가? 늘 우리가 어떤 전략과 환경을 조성하고 북한은 소극적으로 따라오는 구조였다. 더욱이 북·미 대화가 정체돼 있는 현시점에서 북한은 더욱 남북관계 개선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우리로서는 비핵화와 남북관계가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도록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선순환 구조라고 함은 비핵화와 남북대화가 반드시 동시 병행적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비핵화 대화가 정체된 국면에서는 남북대화가 전개돼 비핵화 대화를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북 제재 아래에서도 우리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만들고 북한을 설득하여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당장의 통일이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 간 대결구조를 극복하고 평화적인 공동체를 회복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러한 기본취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관건은 북한의 호응이다. 북한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에 있어 대결은 가짜이고 협력이 진짜라는 인식이 요구된다. 남북이 머리는 맞대는 날까지 어렵지만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yangmj@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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