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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여적]‘짬밥’ 인기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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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군 식당 모습 / 연합뉴스


“1년 365일을 콩나물국만 먹었으니 오죽하면 콩나물 늘어놓는 길이로 고참 순을 따졌겠는가. 멀건 된장에 배추 오래기나 콩나물이 떠 있고 두부가 가끔 나타났다. 생선이 ‘헤엄만 치고 지나간’ 콩나물국은 거의 소금국이었다.”

소설가 황석영은 1960년대 군 복무 시절 ‘군대 밥’을 이렇게 기억한다. 음식에 얽힌 회고를 담은 에세이 <황석영의 밥도둑>의 한 대목이다.

군대 밥을 지칭하는 ‘짬밥’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남은 밥’을 뜻하는 잔반(殘飯)이 된소리로 발음되며 짠반→짬반을 거쳐 짬밥으로 변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군대식 ‘찐밥’이나 초창기 밥에 국을 부어 배식했던 ‘짬뽕밥’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도 있다. 국방부 공식 명칭은 ‘병영식(兵營食)’인데, 왠지 낯설다.

우리나라의 ‘병영식’은 1954년 한·미 합동급식위원회가 장병 하루 열량 섭취 목표를 3800㎉로 정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밥과 국뿐이었다가 반찬 하나가 추가되며 1식2찬이 됐다. 무와 콩나물이 주된 반찬이었다. 이후 1976년 1식3찬, 1985년 우유 급식, 1997년 1식4찬으로 발전했다. 양보다 질을 따지게 된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삼계탕·돼지갈비 등 메뉴가 다양해지며 짬밥에도 ‘웰빙’ 바람이 불었다. 2020년 장병 하루 급식비는 전년보다 6% 오른 8493원이다. 찹쌀탕수육·꼬막비빔밥·소갈비찜·장어·컵 과일 등 30가지 메뉴가 올해 추가된다. 이쯤되면 집밥 못잖은 짬밥이라 할 만하다.

국방부는 남은 반찬량을 자동 측정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최근 도입해 장병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반찬을 가려내고 있다. 올 4월까지 8개월간 육군 1개 대대에서 203가지 메뉴를 조사해 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장병들이 반찬을 거의 남기지 않은 메뉴는 김자반·단호박튀김·두부계란찜·소시지야채볶음·참치김치볶음·계란말이 등이었다. 반대로 많이 남긴 메뉴는 우삼겹된장찌개·민대구탕·뿔소라갑오징어야채무침·크림떡볶이·꽁치무조림·콩나물김치국 등 순이었다. 요즘 젊은이 입맛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메뉴를 넣고 빼기를 하면 짬밥이 맛없는 밥이 아니라 맛있는 밥의 대명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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