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前특감반원 "유재수보다 천경득 더 두려워 사실대로 말 못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형철 "끝에 가면 다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진술도 공개

중앙일보

천경득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2016년 1월 정의당 시민정치위원회가 마련한 행사에서 '진보가 선거에서 지는 이유'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정의당 유튜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2차 공판. 이날 오후 재판에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의혹을 직접 감찰했던 이모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증인신문이 있었다.

현직 검찰 수사관인 이 전 특감반원은 지난해 '유재수 감찰중단 의혹' 관련 1·2차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했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이 진술을 거부했던 이인걸 전 특감반장이 2차 조사에서 사실을 털어놓으며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 전 특감반원이 애초 진술에 주저했던 이유를 공개했다.

■ 이모 前특감반원 증인신문 中

=검찰 조사 초기에 말씀을 안하셨는데, 그 이유를 (당시 조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제가 얘기 안해도 누군가는 말했을 걸로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얘기 안했나요. 그러면 저처럼 두려워서 얘기 못했을 겁니다. 유재수보다 실상은 천경득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더 두려웠을 겁니다. 문재인 캠프에서 인사를 담당했고 청와대 인사에 적극 관여한다는 말 들었습니다. 청와대 수석도 자기 원하는 사람 데려오려면 천경득과 마찰이 필요하단 말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그 동안 제가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못했던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진술했던 것 맞나요?

이 전 특감반원=네 그렇게 진술했습니다.

이날 법정에서 이 전 특감반원이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검찰 조사 전후에 나눴던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검찰은 박 전 비서관과 이 전 반원 사이의 진술 짜맞추기 가능성을 의심했다.

■ 이 前특감반원 증인신문 中

=증인은 검찰 조사 받으면서 박형철 전 비서관에게 연락했는데 박 비서관은 '결국 끝에 가면 다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맞나요.

=네 3차 조사 받으러 갈 때 물어보니 '사실대로 말해야지 어떻게 해. 있는 그대로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셨습니다.

=박 비서관은 증인이 검찰에서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거를 아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제가 조사를 받고오면 갔다왔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수사 당시에 검찰에서 사실대로 말하지 말라고 박형철, 이인걸 전 특감반장과 모의한 적은 없나요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중앙일보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등 혐의에 관한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천경득 음해성 투서" "전혀 사실 아냐"



이 전 특감반원은 유 전 부시장 감찰 뒤 '천경득 당시 청와대 선임행정관(5월 사직)이 자신에 관한 음해성 투서를 지시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검찰 조서에 따르면 이 전 특감반원은 "제가 우병우 라인이라는 등 투서의 음해성 내용이 있었다. 출처를 확인해보니 천경득 지시로 작성됐다는 내용을 듣게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 전 선임행정관은 중앙일보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청와대 총무인사팀장을 맡았던 천 전 선임행정관을 김경수·백원우·윤건영 등과 함께 '유재수 구명운동'에 관여했던 핵심 인사로 보고 있다. 2007년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대선캠프에, 2012년과 2017년엔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천 전 선임행정관은 현 정부의 '숨은 실세'로 꼽힌다. 지난달 사표가 수리돼 현재는 청와대를 떠난 상태다.

중앙일보

지난해 11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두하는 유재수 전 부시장의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재수와 실세들의 대화



이날 법정에선 유 전 부시장과 현 정부 청와대의 구성 및 인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공개되기도 했다. 모두 청와대 특감반이 유 전 부시장의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드러난 것들이다.

■ 이모 前청와대 특감반원 증인신문 中

검찰=검찰 3차 조사 때 (유재수 휴대폰에서) 비위 내용 외 윤건영·천경득·김경수와 3철이라 불린 이호철이 나왔습니다. 이들이 청와대 구성과 인사 얘기 많이했습니다. 천경득 선임행정관이 유재수에게 금융위 상임위원으로 어떤 사람 추천했는데 실제로 성사가 됐습니다. 특감반장에게 감찰 범위 밖의 내용이지만 핵심 내용이라 서류와 함께 이 내용 구두로 보고한 것 맞나요.

이=그렇습니다.

이 전 특감반원은 유 전 부시장이 비위 의혹을 소명하지 못하자 병가를 내고 감찰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은 2018년 1월 60여일간의 병가를 냈다. 이 전 특감반원은 "당시 금융위 쪽에 물어보니 복통이라 답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이 당시 속했던 금융위원회에 사표를 내며 감찰은 결국 멈춰섰다. 이후 유 전 부시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승승장구했다. 이 전 특감반원은 검찰이 "특감반에 근무하면서 감찰에 응하지 않고 윗선을 통해 무마하려는 시도가 있었냐"는 질문에 "제가 근무하는 동안 (유재수를 제외하곤) 그런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지난달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박 전 비서관도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공범으로 같은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국 측 "특감반은 수사기관이 아니다"



이날 법정에서 조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당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은 '중단이 아닌 종결된 것'이란 점을 재차 언급했다. 특감반원은 수사기관과 달리 수사권과 징계권이 없는 행정요원이고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야 했음을 강조했다.

조 전 장관도 이날 법정에 출석하며 "고위공직자의 청와대 특감반 감찰 종결은 민정수석의 권한"이라며 "유재수 사건의 경우 감찰 대상자가 감찰에 불응하여 의미있는 감찰을 하지 못했다. 당시까지 확인된 비위 혐의와 복수의 조치의견을 보고받고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