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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또 뚫린 태안.. 어쩌다 중국인 밀입국 루트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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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동반도 위해에서 17시간 거리

군 감시망서 13차례 포착하고도 놓쳐

모터보트 발견하자 경찰 "절도범 소행"

조선일보

지난달 25일 오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항 태안해경 전용부두에서 해경 관계자들이 전날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서 발견한 소형 보트를 감식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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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오는 밀입국자들이 충남 태안 해변으로 스며들고 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정규 항공편과 선박편이 거의 막혔기 때문이다. 또 태안이 중국의 동쪽 해안과 가장 가까운 지리적 원인도 한몫을 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들은 고속으로 운항할 수 있고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 모터보트나 고무보트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안경계를 담당하는 군과 해경의 느슨한 경계 태세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아예 밀입국자의 보트를 적발하지 못했거나, 중국인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의심되는 보트를 발견하고서도 밀입국 정황은 무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태안해경은 지난 4월 태안군 의항해수욕장 인근 해변을 통해 밀입국한 중국인 2명을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당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를 출발해 약 17시간 동안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 태안으로 몰래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밀입국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한 탐문수사 과정에서 입국기록이 확인되지 않는 중국인 2명을 지난달 31일 체포했다”라며 “이들은 지난 4월 18일 또 다른 보트를 타고 태안으로 밀입국한 중국인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이들을 포함한 중국인 5명은 4월18일 오후 5시쯤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 해변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출항, 350㎞ 바다를 건너 17시간 만인 4월 19일 오전 10시쯤 태안군 의항해수욕장 인근 해안으로 밀입국했다. 그중 2명이 검거된 것이다. 경찰은 오는 과정에 경유지는 없던 것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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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적발된 중국인 밀입국자 2팀은 산둥반도 웨이하이에서 바닷길을 달려 충남 태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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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타고온 고무보트는 지난 4월 20일 의항리 한 주민이 발견해 신고한 그 보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주민이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이들을 검거하기 전까지 경찰은 중국인이 밀입국에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지난 4월 20일 오후 2시 40분쯤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에서 한 주민이 해수욕장에 수상한 검은색 보트가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보트는 칠을 한지 얼마 안 됐는지 손으로 만지면 페인트가 묻어날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트에서는 큰 별이 그려진 국방색 기름통이 실려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이 밀입국을 의심한 이유다.

하지만 군과 경찰은 인근 전복 어장에서 해삼을 훔치려는 자들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약 50일만에 당시 밀입국한 중국인을 다른 사유로 검거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밀입국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지난달 20일 중국인 8명이 모터보트를 타고 몰래 들어온 과정에서도 경계의 허점이 노출됐다. 사흘뒤인 지난달 23일 태안군 소원면 일리포 해안에서는 밀입국한 중국인들이 버린 1.5t 레저용 모터보트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폐쇄회로 TV 등을 통해 밀입국 사실을 확인한 경찰이 추적에 나서 일부를 검거했다.

합동참모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보트가 지난달 20일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에서 출발해 21일 오전 11시 23분 의항리 방파제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 군에 식별된 것은 모두 13차례다. 해안 레이더 6회, 해안복합감시카메라 4회, 열상감시장비(TOD)에 3회 등이다.

군은 “충분히 식별 가능했는데 레이더 운용병이 인식하지 못했다”라며 “카메라와 TOD운용병 역시 낚싯배와 일반 레저보트로 오판해 추적하거나 감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북한 소형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 당시 경계 실패로 질타를 받았지만, 또다시 해안경계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군 기강 자체가 무너져 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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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검은색 고무보트가 근흥면 신진항 태안해경 전용부두 야적장에 옮겨져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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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밀입국자들이 우리 해역을 넘어 한국땅을 밟을 때까지 군과 경찰 모두 전혀 눈치도 못 챘을 뿐 아니라, 주민의 신고에도 밀입국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고 헛발질만 한 꼴이 됐다

수사팀은 “검거하지 못한 밀입국자들을 쫓고 있고, 추가 밀입국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라며 “4일 오전 충남 태안군 신진도 북방해변에서 발견된 고무보트 건에 대해서도 밀입국 관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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