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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과감해진 ECB, 자산매입 830조원 늘려…경기 부양책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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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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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급격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수준으로 정책 전환을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막기 위한 ECB의 정책 속도가 빨라진다. 4일(현지시간)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긴급 자산매입 프로그램(PEPP)' 규모를 7500억유로(약 1034조원)에서 1조3500억유로로 확대하면서 현금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PEPP 규모 확대는 예상됐지만 그 폭은 시장 전망치(5000억유로)를 웃돌았다. ECB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ECB는 PEPP 기한도 올해 말에서 최소 내년 6월로 연장했다.


WSJ는 "이번 조치가 유럽 내에서 궁지에 몰린 각국 정부에 대한 압박을 완화해주고 유럽 내 변화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초반에는 코로나19 위기에 던진 정책의 양적 측면에서 미국에 비해 뒤처진 유럽 정책 입안자들이 이번 주에는 과감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ECB의 적극적 행보는 유로존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어둡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올해 유로존 경제가 8.7% 위축되고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올해 0.3%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일부 바닥 탈출에 대한 신호는 있지만 개선세는 경제지표의 추락 속도와 비교해 미지근하다"며 "유로존 경제가 전례 없는 위축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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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을 두고 지난해 11월 취임한 라가르드 총재가 본격적인 코로나19 대응 '바주카포'를 쐈다는 평가도 나온다. WSJ는 사설을 통해 "라가르드 총재가 빠르게 업무를 익혀가고 있다. 모든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시장에 불가능은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는 점을 이해했으며 PEPP 확대 발표로 이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시장은 라가르드 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PEPP 규모를 확대한 이유로 인플레이션을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PEPP 기한을 연장한 이유에 대해 "물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그 시점(연장한 시한)에 상황을 좀 더 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켓워치는 '이번 자산 매입이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을 막으려는 단기 대응책이 아니라 유로존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 차원에서 도입됐다는 의미'라는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센 수석 유로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장은 ECB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강세를 보여온 유로화 환율은 계속해서 상승했다. 이날 유로화 환율은 1유로당 1.1338달러로, 전일대비 0.93% 올랐다. 12주 만에 최고치다. 유로존 경제의 리스크를 보여주는 이탈리아와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도 지난 3월 2.8%까지 확대됐다가 이날 1.75% 아래로 좁혀졌다.


다만 유로존 경기 부양이 쉽지 않아 시장에서는 오는 9월 ECB가 5000억유로 규모의 자산매입을 또다시 추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ECB에 앞서 유럽의 최대 경제강국인 독일은 1300억유로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7~12월 중 부가가치세율을 19%에서 16%로 인하하고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확대, 아이가 있는 가정에는 자녀 1명당 300유로의 수당을 일시 지급하기로 했다. 한 외신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5000억유로 규모의 코로나19 회복기금 마련을 제안하는 등 유럽 경제 회복의 선봉에 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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