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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원유 DLS 결국… 원금 반토막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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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억 몰린 미래에셋대우 상품, 국제유가 상승 기준에 못미쳐… 최종 수익률 -47.95% 확정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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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이후 급락한 국제유가가 좀처럼 예전 수준으로 오르지 못하면서 원유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원유 DLS는 유가가 일정 가격 범위 안에 있으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지만, 약정된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지난 3~4월 폭락하면서 과거 발행된 원유 DLS들의 손실이 속속 확정되는 상황이다.

◇저유가가 불안한 '원유 DLS' 투자자들

4일 미래에셋대우는 오는 8일 만기를 맞는 원유 DLS 5371호 상품의 최종 수익률이 -47.95%를 기록했다고 공지했다. 이 DLS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이 지난 4월 20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배럴당

-37.63달러)로 떨어진 이후 가장 먼저 만기가 도래한 상품이다. 2년 전(2018년 6월) WTI 가격이 65달러대일 때 발행된 이 DLS 상품은 만기 평가일이었던 지난 3일 WTI 선물 가격이 최소 52.59달러 이상이 되어야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최초 기준가격 대비 WTI 가격이 80%까지 올라야 수익이 나고, 80% 이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3일 WTI 가격은 배럴당 37.29달러에 그쳤고, 결국 투자자들은 원금의 절반가량을 잃게 됐다. 이 DLS에 투자된 금액은 약 21억원이다.

조선일보

문제는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원유 DLS가 줄줄이 대기 중인 가운데 WTI 가격 흐름이 여전히 3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만기가 2~3년 정도인 원유 DLS의 최초 발행 시점(2017~2018년)을 감안할 때 유가가 녹인(Knock-in·원금 손실) 레벨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녹인은 ELS 상품 가입 기간 동안 유지되어야 하는 기초 자산의 수익률 하한선이다. 지난 2018년 WTI 가격은 배럴당 60~70달러대에서 움직였는데, 현재 원유 DLS의 미상환 잔액 중 절반가량은 발행 당시 유가보다 45~50% 떨어지면 손실(녹인 레벨 50~55%)이 날 수 있는 상품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30달러대 유가는 안정권으로 볼 수 없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원유 DLS의 미상환 잔액은 9238억원에 달한다.

◇"향후 유가 상승 폭 제한적… 손실 가능성 여전"

전문가들은 올해 남은 기간 국제 유가가 지난 3~4월처럼 기록적으로 폭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산유국 간 감산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고 있고, 경제 재개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원유 수요도 반등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18년 기록했던 60~70달러대 고유가 상황은 당분간 펼쳐지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시에는 미국 셰일업체들의 생산 가능량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중국에서의 막대한 원유 수요와 함께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상황까지 벌어졌기 때문에 유가가 높게 유지될 수 있었다. 삼성선물 김광래 연구원은 "미국 셰일업체의 부상을 견제하는 러시아의 경우 유가가 40달러대 중반을 넘지 않기를 원하는 데다 유가가 50달러대 이상으로 높아지면 미국 셰일업체 등이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유가는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유가 범위는 40~50달러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망대로 유가가 현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지난 2018년 9~10월 WTI 가격이 70달러대까지 올랐을 때 원유 DLS에 가입한 투자자는 만기까지 몇 개월 남아 있다 해도 손실을 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10월 초 WTI 가격은 배럴당 76.41달러까지 올랐었다. 반대로 지난 3월 이후 저유가 상황에서 발행된 원유 DLS는 향후 손실을 볼 가능성이 매우 낮은 편이지만, 지난 3월과 4월 발행액은 각각 111억원, 11억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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