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오거돈 강제추행 피해여성 “기억 안나?… 큰 충격받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강제추행 사건의 피해여성이 4일 입장문을 통해 오 전 시장 측이 지난 영장실질심사에서 “사건 당시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인지부조화’를 주장하고 나선 것을 비판했다. 인지부조화는 스스로 믿는 것과 실제 자신이 보고 겪은 것에 대한 불일치가 생겼을 때 심리적 압박을 피하고자 태도나 행동을 바꾸는 것을 뜻하는 심리학용어다.

피해 여성 A씨는 4일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전한 입장문에서 “저는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라고 밝히며 “제 소개를 이렇듯 시작하는 것이 익숙해지기 전에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피해자가 지나치게 적극적이라는 반응이 부디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세계일보

오거돈 전 부산시장(왼쪽)이 지난 2일 부산 동래구 동래경찰서에서 구속영장 기각 후 귀가하고 있다. 뉴스1


그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나온 오 전 시장의 주장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혐의는 인정하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말의 모순에서 대형 로펌의 명성을 실감했고 ‘집무실에서 일어난 사건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폭언이나 업무상 위력은 결코 없었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전 시장이)구속영장 기각 전 유치장에서 가슴 통증으로 40여분 진료를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개개인의 고통을 계량하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저는) 하루 15알이 넘는 약을 먹으며 수면제 없이는 한숨도 자지 못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고통을 전했다.

A씨는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저는 오 전 시장의 직접적인 사과를 받은 적도 없고, 따라서 합의할 일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해 ‘인지부조화’를 주장하는 사람 사과의 진정성을 찾을 수 없고 현실적인 해결이란 말을 앞세워 저와 제 가족을 비롯한 제 주변 누구에게라도 합의를 시도할 시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해당 입장문은 누구의 의견도 더하지 않고 제 방과 제 책상에서 혼자 작성했음을 밝힌다”라고 덧붙였다.

부산여성단체협의회 등 5개 여성단체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집무실에서 부하 여직원을 강제 성추행하고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기막힌 사태가 빚어져 놀라움과 분노가 교차한다”며 “오거돈은 변명과 꼼수로 회피하지 말고 ‘참회한다’는 자신의 말에 책임지고 구속 수사에 임하라”라고 반발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초 부산시청 7층 집무실에서 부하직원인 여성공무원을 불러 5분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지난 2일 법원은 “구속 사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 전 시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변호인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오 전 시장이 ‘인지부조화’로 인해 추행 방법이나 경위 등 사건 당시에 대한 기억을 못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가 갑자기 가슴통증과 고혈압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