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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대남 압박인가 대화 신호인가…정부 “전단 살포 막을 법안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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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여정 명의 담화 발표

[경향신문]

“못된 짓보다 못 본 척이 더 미워”…남북관계 중대 변수 부상
통일부 “남북 합의 내용으로 그동안 법적 처벌 근거 검토”
진영 간 입장 차 커 입법화 과정 ‘표현의 자유’ 등 논란 예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4일 담화를 계기로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남북관계의 중대 변수로 부상했다.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무반응으로 일관해온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를 꺼내들어 남측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강제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진영 간 입장 차가 뚜렷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금강산관광 폐지에 이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남측 정부에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김 제1부부장은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라며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달 31일 이뤄진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지목했다. 당시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경기 김포에서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등을 대형 풍선에 달아 날려보냈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최고지도자의 존엄을 훼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여겨왔다. 특히 2009년 무렵부터 풍선을 이용한 대북전단 살포가 본격화하면서, 전단 살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매년 6~8월이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됐다. 이는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불편을 초래했다. 2014년 10월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는 대북전단을 날리려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이를 저지하는 파주 시민들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남북 정상은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고 합의했다.

김 제1부부장 담화는 문재인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하는 것은 판문점선언 합의 파기나 다름없는 만큼, 북한 역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최대 성과로 자부하는 개성 연락사무소와 남북 군사합의를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한 셈이다.

정부가 남북교류 재개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를 꺼내든 것을 두고 두 갈래 해석이 나온다.

우선 지난달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강조한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 등 군사적 행동을 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난이 심화된 북한이 남측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판문점선언에 명시적 합의가 있는 데다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발전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도 커 대북전단 문제를 입법적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설명했다. 김 제1부부장 담화와는 별개로 이전부터 법률 제정 등을 검토해왔다는 것이다.

현재는 대북단체들이 무리하게 전단을 살포하더라도 처벌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북전단 살포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거나 북측의 위협이 명백할 경우 현장에서 경찰이 제지할 수는 있지만 전단 살포 행위를 규제하는 법적 근거는 없다. 정부 당국자는 “표현의 자유와 다른 여러 법익이 조화를 이루며 행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법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에 대한 보수·진보 진영 간 입장 차가 큰 데다, 북측이 대남 비난을 중단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우리 국민의 입만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탈북민 출신인 미래통합당 지성호 의원은 “북한 주민의 알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며 통일부를 비판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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