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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코로나 쇼크에 美기업 CEO 급여 깎았다…"보여주기 불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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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3000중 600곳·S&P500 중 102곳 CEO 기본급 인하

"보수 68% 차지하는 주식 지급 등은 그대로 유지"

"기본급 비중 8~10% 불과…상징적 보여주기" 지적도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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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기업 수백 곳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에 휩싸이면서 올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 셈러브로시, 에스게이지애널리틱스 등의 자료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러셀3000 지수(미국 3000개 대기업 주가지수)에 속한 기업들 중 약 600곳이 올해 최고 경영진에 대한 기본 급여를 삭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속한 기업들 중에서도 지난달 22일 기준 102곳이 CEO의 기본급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컨설팅업체 CAP이 별도 조사한 결과에서는 CEO 급여를 삭감하기로 한 기업들 중 3분의 1이 CEO 급여 지급을 일시 유예하기로 했다. 즉 한 푼도 주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다. 절반 가량은 급여를 50% 이하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또는 연말까지 임금 삭감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부 CEO들은 코로나19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자진해서 이사회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보상 컨설팅업체 페리언트 어드바이저스의 로빈 패러콘 CEO는 “(올해는) CEO들의 기본급이 얼마나 인상될 것인지가 관심사가 아니다. 언제 과거 수준으로 복원될 것인지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급은 CEO가 받는 전체 보수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WSJ은 지적했다. 통상 상장기업들의 CEO들이 ‘연간 보너스’ 형태로 소득을 얻는 만큼 기본급을 줄이는 건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WSJ 분석 결과에 따르면 S&P500 상장사 CEO들의 전체 보수 중 기본급 비중은 8~10%에 불과했다. 심지어 CEO들 중 절반은 지난해 기본급으로 120만달러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난해 주식 등보너스로 CEO들에게 지급된 보수의 중간값은 820만달러에 달했다.

WSJ은 “올해 많은 기업들이 CEO들의 기본급을 삭감하거나 지급을 유예했지만, 2019년과 비교해 주식 보상을 줄인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꼬집었다.

델라웨어대학 기업지배구조센터의 찰스 엘슨 소장은 “CEO의 급여 인하는 상징적인 것일 뿐”이라며 주주와 직원 등에게 “(경영진들 중) 누구도 이 일(코로나19 위기)을 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기 위해서, 또는 경영난에 따른 고통을 함께 분담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쇼라는 얘기다.

실제 CAP의 조사 결과 CEO 급여를 삭감한 기업들 중 3분의 2는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직원들의 임금을 함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CEO가 먼저 급여 삭감을 밝힌 곳은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하락장 속에서도 주가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고 WSJ은 전했다.

이에 대해 컨설팅업체 콘 페리의 어브 베커 부사장은 “CEO가 먼저 나서서 ‘기업이 큰 타격을 입었고 우리가 가장 먼저 그 충격(임금 삭감)을 받았다’고 말하는 게 비록 상징적인 것일지라도, 또 기본급 인하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이전과는 다른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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