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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기본소득’ 포문 연 김종인…정치권 논의 물꼬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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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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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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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21대 국회 들어 ‘기본소득’을 고리로 정책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80)이 “기본소득을 검토할 시기”라고 포문을 열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여·야·정 추진위원회’ 구성안이 나왔다. 통합당 내부에선 각론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고, 여당 내에선 ‘복지 축소’ 경계론이 나오는 등 정치권에 기본소득 논의가 일거에 확산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본소득과 관련해 “인공지능 등 신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면 고용 문제가 심각해지고 이것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득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편적 기본소득은 불가능하다. 고용되지 않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발상”이라며 “어떤 재원으로 실현할지 검토 작업을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증세 주장에 대해선 “함부로 할 수 없다”고 단언했고, 복지를 축소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주장에는 “택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반대로 ‘복지를 강화하고 기본소득까지 하자는 건가’라는 질문엔 “그 정도로 돈이…”라고 말했다. 그가 구상하는 기본소득의 구체적 대상층과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빵 사먹을 자유’를 거론하면서 기본소득을 의제로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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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담론의 테이프를 끊자 여야는 화답하듯 제각각 의견을 내놓고 있다.

통합당 내에서는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찬성하는 목소리, 복지 축소 등 여러 목소리가 섞였다. 조해진 의원은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하는 기본소득법을 조만간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기존 복지체계 구조조정과 증세가 반드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며 “청년층과 노인계층만 한다면 청년수당 확대나 기초노령연금 인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재명·김경수 지사 등 지자체장들이 먼저 기본소득을 꺼낸 민주당에서는 지도부 차원의 논의는 없지만 개별 의견들이 분출하고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에는 진보적 버전 말고도 보수적 버전이 있다. 기존의 복지를 줄이고 국가를 축소해 그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원한 후, 사회보장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토록 하자는 발상”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기본소득 논의가 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건너뛰자는 주장으로 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당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포퓰리즘이 아니라면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여·야·정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자”며 “(기본소득 도입에) 반드시 필요한 증세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김 위원장의 예방 자리에서 기본소득 논의에 “대환영”이라면서 “실질적·물질적 자유 극대화 이야기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통합당이 불평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국민의 많은 계층을 포용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정책 경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한국형 기본소득인 ‘K기본소득’ 도입을 집중 검토하겠다”고 했다. 복지 욕구별, 경제 상황별로 맞춤형 기본소득제가 필요하다며 기본소득 논의에 가세했다.

정치권에서 논의의 물꼬는 트였지만 기본소득이 정책 단계로 구체화되는 것은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김 위원장도 “현재로선 기본소득 실행이 상당히 요원하다”며 “코로나 문제로 인해 1~3차 추경까지 가면서 적자재정이 시작된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당장 할 수 있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화두만 제시한 셈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기본소득은 ‘부자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임지선·김상범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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