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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코로나 감염 우려에 학생 '부정행위'까지 걱정해야하는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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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비대면' 시험 바꿨지만 '부정행위' 방지 고심

"학생 양심 따지기 전에 '상징자본' 전락한 고등교육 살펴야"

뉴스1

3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리치과학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학들이 온라인을 이용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인하대에 이어 서강대 수학과에서도 온라인 중간고사 시험 중 수강생들 여럿이 실습실에 모여 집단으로 시험을 치렀다는 정황이 드러나 학교가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2020.6.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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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대학생들이 온라인 시험 도중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례가 연이어 적발되면서 대학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4일 서울 주요 대학들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기말고사를 비대면으로 치르기로 한 대학들이 부정행위 방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인하대 의대에서는 지난 3월과 4월에 치러진 시험에서 1~2학년 학생 수십명이 모여 문제를 풀거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정답을 공유한 일이 적발됐다.

인하대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집단 부정행위를 저지른 의대 학생 91명에게 담당교수 상담과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시험 성적은 무효로 처리됐고 1학기 기말고사는 대면평가 방식으로 결정됐다.

일부 대학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라 기존 대면시험 원칙에서 비대면 시험 원칙으로 전환했지만 시험 부정행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앙대는 지난 2일 교무위원회에서 기말고사 시행방안을 두고 1학기 기말고사를 기존 대면시험에서 비대면 시험 원칙으로 바꿨다.

앞서 중앙대 총학생회는 대면시험을 실시할 경우 자가격리자는 시험장에 출입이 불가능해 형평성 문제가 생기고 시험 도중 확진자나 의심환자 발생 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등 이유로 비대면 시험 방식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면시험을 하자니 학생 안전이 문제고 비대면 시험을 하자니 부정행위가 걱정이다"라면서 "대학들이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라고 말했다.

단국대는 기말고사 진행과 관련해 모든 과목을 비대면 평가 원칙으로 하되 교강사 재량에 따라 대면평가도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다만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온라인 시험을 배제할 예정이며 수강생과 협의를 거쳐 리포트 등 과목별 대체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경희대는 총학생회에서 기말고사를 비대면 시험 원칙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대면 원칙에 변동이 없다고 못박았다.

경희대는 비대면 시험 진행 시에 성적평가 공정성과 형평성 확보가 불가능하고 학교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안전 가이드라인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서는 대면시험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계속 나오는 중이다.

경기 성남시 소재 가천대에서는 학생 2명이 중간고사를 치르기 위해 학교에 나온 뒤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 학생·교직원·조교 등이 긴급 전수조사를 받았다.

가천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기말고사는 비대면으로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기말고사를 비대면으로 치를 경우 부정행위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에 황복원 가천대 총학생회장은 "(시험)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라면서 "실시간으로 웹을 켜서 시험을 볼 수도 있고 커닝을 하지 못하게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풀게 한다거나 학생 간 공유를 할 수 없도록 시험문제를 랜덤으로 내는 방안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말고사 비대면 시험과 관련해 타학교 사례를 보며 부정행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학교와 심도있게 논의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연이어 불거지는 부정행위를 일부 학생이 저지른 일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 고등교육에 상존한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학생도 대학교육 자체를 신뢰하지 않고 대학기관도 학생을 신뢰하지 않는다"라면서 "대학과 학생이 교육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로 관계가 설정돼 한쪽에서는 등록금 반환 운동을 하면서도 한쪽에서는 부정행위가 나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래 대학이 서양에서 만들어질 때 시민교양 같은 목표라는 게 있었다"라면서 "현재 한국에서는 상징적 자본으로 어느 대학을 나왔다는 것만 중요하지 대학에서 받은 평가가 사회로 이어져 학생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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