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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영화 ‘싸커 퀸즈’ 공을 차라 심장이 터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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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관중석에서 남편을 응원하던 여성들이 필드로 나와 축구공을 걷어찬다. 영화 ‘싸커 퀸즈’는 해체 위기를 맞은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 축구 클럽을 살리기 위해 선발된 여자 선수단의 험난한 선수 입문기다. 공은 모두 둥글다. 공을 차는 선수가 남자든 여자든.

시티라이프

축구 문화가 발달해 있고 축구를 사랑하는 노동자들이 대다수인 프랑스의 작은 마을 클루리에. 이곳의 90년 전통 챔피언 축구 클럽 SPAC은 경기 출전을 위한 단 11명의 선수만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결승전을 앞두고 경기에서 상대 팀과 난투전을 벌이고, 해당 시즌 출전 금지 명령을 받은 SPAC은 해체 위기에 놓인다. 코치 ‘마르코’의 딸은 클럽을 살리기 위해 여성들로 구성된 팀을 짜 보자고 제안하지만 마르코는 마뜩잖다. 그러나 마을 전체가 반대 의견을 낸 마을 회의에서 무심결에 찬성 의견을 밝힌 마르코. 그는 결국 클럽의 회원들, 선수들의 자녀, 전과자, 선수의 아내 등 필드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한 초보 선수를 모아 특급 훈련을 시작한다.

축구야말로 쉽게 남성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스포츠다. 그런 이미지를 반전시키며 긴장감을 선사하는 여자 축구 이야기는 사실 스크린에서 오래전부터 다뤄졌다. 데이비드 베컴을 동경하는 영국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슈팅 라이크 베컴’(2002), 교내 여자 축구부가 폐지되자 쌍둥이 남동생으로 변신해 축구를 하는 주인공을 그린 ‘쉬즈 더 맨’(2007) 등이 그 예. 하지만 ‘싸커 퀸즈’에 나오는 축구부원들은 축구로 인해 로맨스를 펼치는 싱글녀가 아닌, 축구 자체가 좋아서 선수로 뛰는 나이 지긋한 유부녀가 대부분이다. 육아와 집안일을 벗어나 축구에 매진하며 독박 육아를 하는 남편과 갈등을 빚는 ‘스테파니’, 유망한 여자 축구 선수였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감옥에 가고 판사의 제안으로 축구를 통해 재활을 시작한 ‘산드라’, 구단주인 남편의 반대에 눌려 축구를 포기할까 망설이는 ‘캐서린’ 등 모두 희망적인 캐릭터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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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니콜라’ 시리즈로 유명한 프랑스 국민 코미디 배우 카드 므라드가 클럽을 살리기 위해 정예 멤버를 모집하고 초짜 선수들과 함께 필드를 누비는 코치 마르코 역을 맡았고, ‘세라비, 이것이 인생’을 통해 코미디 연기를 인정받은 알반 이바노프가 마르코와 간판 일을 하는 동료이자 팀을 서포트하는 클럽의 유머 담당 ‘미밀’ 역을 맡았다. 여자 축구팀이 결성된 후 정신적 지주로 활약하며 팀을 이끄는 축구팀의 회계 담당자 스테파니 역을 맡은 셀린느 살렌테는 영화 ‘러스트 앤 본’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다. 패스조차 어려운 초짜 선수들 사이에서 프로급 실력을 뽐내는 산드라 역을 맡은 사브리나 오자니와 창단을 반대하는 구단주 미셸의 아내 캐서린 역을 맡은 로르 칼라미 역시 세자르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된 배우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필드 경험이 없는 배우들을 위해 전 프랑스 축구팀 선수가 코칭에 동원됐고, 전원이 몇 달간의 훈련을 거쳤다.

조명을 끄고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구장 사용을 불허하고 유니폼을 뺏는 등 유치한 방해 작전을 계속하던 구단주와 마을 남자들이 갑자기 변심하는 과정은 너무 갑작스럽긴 하다. 그러나 여자 선수들이 누군가의 아내이자 딸, 그리고 여동생이며, 축구팀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녀들이 누구보다 축구에 열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줌으로써 그 갑작스러움을 조금씩 상쇄시킨다. 특히 여자 선수들이 캐서린의 집에서 티타임을 가지며 서로 교감하는 신은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이 마주한 도전에 대한 설명에 윤활유를 더하는 장면이다. 유쾌한 힐링 스토리를 보여 준 ‘언터처블: 1%의 우정’, ‘세라비, 이것이 인생!’ 프로듀서와, 디자이너 ‘샤넬’의 이야기를 그린 오드리 토투 주연의 ‘코코샤넬’ 각본가가 제작에 참여했다. 5월27일 개봉, 러닝 타임 95분.

[글 최재민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32호 (20.06.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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