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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10대 노리다 걸린 그들…재범도 반성하면 '집행유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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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편집자주] n번방 사건으로 심각성이 드러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미성년자다. 최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도 미성년자 성매매 이슈를 다뤄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10대들을 향한 성범죄의 검은 손길, 그 실태와 문제점, 대책을 살펴봤다.

[기획]'性 팝니다' 벼랑 끝 10대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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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매매 문제가 활개를 치는 중요한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솜방망이 처벌이다. 통계에 따르면 미성년자 성매매 사범 중 실형을 사는 경우는 10명 중 1명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범죄 방식이 교묘해지면서 미성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성년자 성매매 10명 중 1명만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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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 분석'(2019)에 따르면 2018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 혐의로 처벌받은 사람은 총 268명이다.

이중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10명 중 1명꼴인 29명(10.8%)에 그쳤고 나머지는 집행유예(163명·60.8%) 또는 벌금형(74명·27.6%)을 받았다. 징역형의 평균 형량도 18.1개월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 성매매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대부분은 큰 처벌 없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국내 미성년자 성매매 형량은 해외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해외의 성매매 청소년에 대한 보호·지원체계 현황과 향후 과제'(2017)를 보면 영국에서는 성인이 만 13세 미만,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성매매한 경우 각각 최대 무기징역, 14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스웨덴에서는 형량이 최대 징역 2년으로 그리 강하지 않지만 성매매 범위를 넓게 규정하고 있다. 돈이 아닌 음식·선물을 제공하는 경우, 삽입 성교가 아닌 유사 성교를 한 경우에도 모두 성매매로 처벌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반면 일본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삽입성교를 제외한 모든 성적 행위를 사실상 매매할 수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를 받고 있다.


성착취 구조 다양해졌는데…

아동·청소년에 접근하는 플랫폼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트위터, 오픈채팅방 등 신분을 숨길 수 있는 음지에서 성매매를 위한 마수를 뻗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 의도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접근하려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친밀함을 형성한 뒤 약점을 파고들어 성착취로 이어가 피해자를 양산한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대 남성 A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미성년자 11명에게 접근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성매매, 강간 등을 한 혐의로 붙잡혔다.

A씨는 미성년자의 심리를 이용해 친근하게 다가간 뒤 신체를 노출한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했고 이를 계기로 더 심한 범죄로 나아갔다. 이런 경우 사진, 동영상 등 기록이 남아 피해자가 신고하기 어렵게 만들고 가해자 적발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정부는 미성년자에게 성적 영상물을 요구하는 이른바 '온라인 그루밍'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처벌 강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딘 상태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사이버상에 숨어 언제든 미성년자를 돈으로 유혹할 수 있게 되면서 성범죄자에게 최적화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 수위 높이는 정부…"사회 경각심 일깨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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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를 높이고 처벌 범위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관계자는 "실제로 가해자가 재범이었는데도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에 그친 사례도 있다"며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자의 처벌 강도가 다른 성범죄보다 심각하게 저조한 만큼 충분한 사회적·법적 처벌이 있어야 최소한의 선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정형을 높게 정해놓더라도 법원에서 그에 맞는 선고가 잘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미성년자 성매수를 다소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법원에서 형을 높일 경우 가해자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매매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달에는 성매매로 유입된 미성년자를 모두 처벌 없이 피해자로 규정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는 미성년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성매매 연루 사실을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한 조치다.

윤덕경 연구위원은 "최근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매수와 성폭력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성착취 구조의 초반부터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며 "또한 이를 위해 잠입수사 등 적극적 수사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 편이 필요한 순간 언제든" 청소년상담: 전화 1388, cyber1388.kr, 문자#1388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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