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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사상 최대 3차 추경… 여야 포퓰리즘 경쟁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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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 예산안 4일 국회 제출 / 국가채무비율 43.5%로 치솟아 / 재정건전성 지킬 준칙 도입해야

세계일보

35조3000억원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됐다. 사상 최대 규모다.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한 추경안은 오늘 국회로 넘어가 심의절차에 들어간다. 한 해에 세 번 추경을 편성한 것은 48년 만의 일이다. 1차·2차 추경을 포함하면 전체 추경 규모는 60조원에 육박한다. 추경의 필요성은 국민들도 충분히 공감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이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면한 위기를 경제 전시상황에 비유한다. 그러나 아무리 다급한 전시라도 탄약 사정을 봐가며 싸워야 한다. 올해엔 경기침체로 18조원 이상 ‘세수 펑크’가 생긴다고 한다. 총알이 바닥난다는 얘기다. 정부는 일부 세출 구조조정과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충당한다지만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 보듯 자명하다. 3차 추경이 이뤄지면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2조2000억원에 이른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54조원의 두 배를 넘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작년 37.1%에서 43.5%로 치솟는다. 종전에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0%를 훌쩍 넘어선다. 국내 경제학자들은 재정지출을 코로나 이전 경로로 복귀시키지 않으면 2028년 국가채무비율이 8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나라 곳간을 생각해 씀씀이를 줄이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세금 퍼붓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물질적 자유를 어떻게 극대화해야 하는지가 정치의 기본 목표”라고 했다. 재원 확보의 필요성을 슬쩍 언급하긴 했지만 기본소득 도입을 사실상 공론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여권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에게 20만원씩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여야가 서민의 궁핍한 삶을 이유로 들먹이지만 유권자의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임을 삼척동자도 다 안다.

정부는 선진국들의 채무비율을 거론하며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이 양호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것은 수치만 보는 단견일 뿐이다. 세계 최고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로 경제성장이 추락하고 복지 지출이 급증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나랏빚은 앞으로 더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면 국가채무 등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 당장에는 국회가 추경안을 정밀 심사해 세금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남미·남유럽의 재정위기가 남의 일이라고 팔짱을 끼고 있을 계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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