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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박선경 박사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대통령 코드 <11>로널드 레이건 (상)냉정한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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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하버드대 우등생 아서 슐레진저(Arther Schlesinger jr)는 확신했다. “소련이 경제적 사회적 붕괴 직전에 있다는 미국인의 생각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소련이 붕괴되자 그는 변명했다. “역사는 우리의 확신을 능가하는 변치 않는 능력을 가진다. 그 누구도 이러한 변화를 예견하지 못했다.” 1982년 발언이다.

1984년, 하버드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 진단은 한술 더 뜬다. “소련 체제는 위대한 진보를 이루었다. 통계적으로도 그렇고 실제 도시 풍경을 보아도 그렇다. 서양 산업경제와 대조적으로 러시아 체계가 성공한 이유는 인력의 최대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 MIT 교수 역시 소련사회주의경제를 신뢰했다. 그가 쓴 '경제학'(1989)에 '많은 회의론자가 예전에 믿었던 것과는 달리, 소련은 사회주의 통제경제가 작동하고 번성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다음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오진(誤診)은 로널드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 집권 당시 이루어졌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공산세력은 소비에트연방, 중공, 동남아 일대, 심지어 남미까지 팽창되고 있었다. 니키타 후루쇼프(Nikita Sergeyevich Khrushchev)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장담했다. “냉전 압력에 못 이겨 미국은 스스로 항복하게 될 것이다.” 닉슨-포드 정부는 데탕트(Détente)를 추구하며 소련 달래기에 급급했다. 적과 싸우지만 않으면 평화가 유지될 거라는 판단이었다.

레이건은 달랐다. 우리가 돈이 없나 기술이 없나 자존심이 없나. 1981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는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했다. 그는 스타워즈(Star Wars)라고 불리는 전략방어구상(SDI)에 착수했다. 적국의 핵미사일을 우주공간에서 낚아채는 프로그램이다. “군대는 전쟁을 위해서 필요한 게 아니라 평화를 대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오직 힘으로만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1940년대 말부터 1960년까지 미국엔 간첩이 많았다. 간첩들은 정부조직은 물론 학계, 언론계, 심지어 할리우드까지 침투했다. 국회에서 반공분자 색출을 위한 반미행위조사위원회가 설치됐다. 영화배우조합위원회 임원이었던 레이건은 1947년 10월 반미행위조사위원회에 출석했다. “나는 공산주의자들이 영화산업을 그들의 철학이나 이념을 위한 선전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나는 공산주의 철학을 혐오한다.”

레이건은 소련에 대해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부정하고 역사의 순리에 역행하며 자국민조차 먹여 살리지 못하는 나라'라고 비난했다. 그는 공산주의 척결에 기독교인 참여를 독려했다. 십자군이 돼 악의 제국 소련을 무너뜨리자고 제안했다. 1987년, 레이건의 브란덴부르크 연설은 소련 공산당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고프바초프, 여기로 오라. 당신이 자유와 번영을 원한다면 이 벽을 허물라!(Tear down this wall)” 군비 증강에만 온 힘을 쏟던 소련경제는 탱크 위에 지은 모래성이었다. 1991년 소련은 붕괴됐다.

레이건의 평화는 냉정하다.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선택'이라는 논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쟁과 평화 중에서 평화를 고르지 않을 사람은 없다.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항복이다. 항복 말고는 모든 길에 위험이 도사린다. 역사는 포용정책이 결국 더 위험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평화는 더욱 싸늘하다. “위험보다 치욕을 택한 나라는 지배당할 마음가짐을 갖고 있으며 지배당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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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남서울대 겸임교수 ssonn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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