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시위가 열린 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사퇴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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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28년째 수요시위를 열던 종로 위안부 소녀상 앞 자리에 보수단체가 집회 신청을 선점하면서 갈등 양상이 고조되고 있다.
정의연은 3일 낮12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442차 정기 수요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수요시위 현장에는 근처에 집회 신고를 한 자유연대·자유대한호국단·반일동상진실규명 공대위 등 3개 보수단체도 모여들었다. 이들은 '윤미향 사퇴' '정의연 해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수요시위 30분 전부터 보수단체와 시민들이 나팔을 불어 대치 상황이 벌어졌으며, 수요시위 진행 중에도 보수단체들이 음악을 크게 틀어 발언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앞서 자유연대는 오는 24일부터 한달간 매주 수요일 '평화의 소녀상' 앞 자리에 집회 신고를 선점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의연은 '소녀상 앞' 집회를 진행한 지 28년 만에 장소를 빼앗기게 됐다.
정의연 측은 "자유연대는 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고용해 종로경찰서 앞에서 매일 밤을 새운다고 들었다"며 "정의연으로서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녀상 앞 자리를 지키지 못해 소녀상과 견우와 직녀처럼 멀찍이 떨어지더라도 수요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집회 신고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에 예정일 이틀 전부터 한달 전까지만 신고를 하면 누구나 집회를 열 수 있다. 경찰은 "(정의연이 아닌) 다른 단체가 신고를 먼저 한 것은 맞지만 두 단체의 집회 일시 장소가 겹칠 경우 집시법에 따라 장소분할 등을 통해 마찰을 방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 민원봉사실 앞에서 평화나비 네트워크 회원들이 보수단체의 집회신고로 정기수요시위 순위가 뒤로 밀린 것을 규탄하며 '수요시위 지키기 24시간 대학생 행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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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소식을 접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국 대학생 단체 평화나비네트워크는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24시간 동안 종로경찰서 앞에서 '수요시위 지키기 24시간 대학생 행동'을 벌였다.
이들은 농성에서 자유연대를 향해 "수요시위를 막겠다는 것은 일본군 성노예제의 해결을 막는 것이며, 30년간 수요시위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온 할머님들의 목소리를 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소녀상 자리에 계속해서 집회 신고를 하고 있다"며 "24일부터는 매주 수요일마다 자유연대가 그 자리에서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장소를 분할할 예정이라는 종로경찰서의 방침에 대해서는 "분할을 하든 말든 어쨌든 선순위가 자유연대이기 때문에 신경 안 쓴다"며 "윤미향이 반성을 하고 정의연 사태가 시정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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